법원 "정맥폐색술 의료과실 없어도 설명부족" 300만원 배상 판결

"장기 운전자 혈전증 위험 높아...의사가 충분히 설명 안 해"
수술 후 항응고제 미처방·압박스타킹 미착용은 과실 아니라고 판단
환자 "심부정맥혈전증으로 지속 치료 중"...의료계 설명의무 중요성 재확인

시내버스 운전기사 A씨는 좌측 다리의 부종과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정맥폐색술을 받은 후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다. 수술 후 심부정맥혈전증이 발병했음에도 담당 의사 B씨가 적절한 예방 조치와 설명을 하지 않아 결국 소송까지 이어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강신영 부장판사)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해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의료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으나, 수술의 중대한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 사전 고지가 충분치 않았다고 보고 위자료 300만원을 인정했다.


A씨는 좌측 다리의 부종과 무거움, 쥐나는 증상으로 2021년 1월 16일 대학병원 외과를 방문했다. 1월 21일 정맥이 눌리는 May-Thurner 증후군 소견으로 보여 정맥 폐색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A씨는 2월 3일 입원해 수술을 받고 다음날 퇴원했으나, 당시 집도의 B씨는 항응고제 처방이나 압박스타킹 착용 등에 대해 지도하지 않았다. 2월 7일 업무에 복귀한 A씨는 수술 후에도 붓기 증상이 지속되다 다리 부종이 심해지고 열감과 통증까지 느껴 18일 응급실을 찾았다.

당시 A씨가 심부정맥혈전증을 염두에 두며 혈관조영CT 검사와 혈액검사를 하였고 결과 심부정맥혈전증 소견은 나오지 않아 19일 귀가했으나, 증상이 악화돼 21일 재차 응급실을 방문했다.


의료진은 혈전검사 수치 상승이 확인되어 혈관조영CT와 혈관초음파검사를 진행했고, 이후 심부정맥혈전증 진단을 내려 항응고제 투여 및 압박스타킹 착용 지도를 하였다. 출근을 해야했던 A씨는 입원을 거부하고 압박스타킹 지도를 받은 것이다. 통원치료를 하던 A씨는 2월 23일 통증이 심해져 항응고제 주사 등 치료를 받다 3월 2일 퇴원했다.

이후에도 증상이 지속돼 5월 7일 다른 병원 응급실을 찾은 A씨는 좌측 장골부터 대퇴정맥까지 매우 큰 혈전이 있어 6월 10일 응급 수술을 받았다. 현재까지 부종, 통증, 저린감 등의 후유증이 남아있으며 항응고제 복용과 압박스타킹 착용 등의 지속적 치료가 필요한 상태이다.

이에 A씨는 B씨를 상대로 의료진의 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수술 후 심부정맥혈전증 예방을 위한 항응고제 처방 및 압박스타킹 착용 지도를 하지 않은 점, 증상 악화로 병원을 재방문했을 때 혈관초음파검사를 시행하지 않아 진단이 지연된 점, 진단 후에도 즉시 혈전제거술을 시행하지 않은 점, 수술 전 심부정맥혈전증 등 합병증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점 등을 과실로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의료상 과실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손상된 정맥을 압박 폐쇄하는 방식이므로 항응고제나 압박스타킹이 필수적이지 않고, 초기 검사 결과 심부정맥혈전증이 보이지 않았으며, 진단 초기에는 수술보다 항응고제 투여가 일반적이고, A씨의 직업적 특성과 해부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설명의무 위반은 인정했다. 수술동의서에는 부작용으로 혈종, 통증 정도만 기재되어 있었는데, 심부정맥혈전증 부작용 사례가 드물지 않게 보고되고 있어 장기간 운전 경력이 있는 A씨에게 특히 위험할 수 있음에도 이를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위자료로 300만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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