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이상회전 질환 신생아, 외과 교수가 응급수술 집도
소장 대부분 절제 후 뇌병변장애 등 후유증 발생
법원, 수술 과실 인정 여부 두고 1심과 2심 판단 엇갈려
세부전문의 73명뿐인 소아외과, 유사 사례 반복 우려
신생아 응급수술 사례를 둘러싼 병원과 환자 가족 간의 법적 분쟁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2017년 3월, 생후 5일된 신생아 A는 녹색 구토 증상으로 병원 소아청소년과 외래를 찾았고, 담당 의사는 중장 이상회전과 꼬임 진단을 내리고 즉시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해당 병원에는 소아외과 전문의가 없어 다른 외과 교수가 응급수술을 진행하게 되었다.
수술 과정에서 외과 교수는 염증을 세척하고 꼬인 소장을 풀어 배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했으나, 장 이상회전 질환을 가진 아기의 맹장을 제 위치로 옮기는 띠를 잘라내는 과정을 놓쳤다. 소아외과 세부전공이 아닌 의사로서는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결국 수술 이틀 후, A는 다시 장이 꼬이는 증상을 보여 재수술을 받아야 했고, 이 과정에서 소장 대부분과 맹장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게 되었다.
이후 A는 구토 등의 증상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무호흡 증상을 보여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뇌 이상으로 인한 발달지연, 사지마비, 인지저하 등의 후유증을 겪게 되었다. 이에 A의 어머니는 병원과 외과 교수, 소아과 주치의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이유로는 소아외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가 수술을 집도해 1차 수술을 잘못했고, 수술 후 관찰이 소홀해 2차 수술이 지연되었으며, 1년 후 입원 치료 중 의료진의 과실로 영구적 장애를 입게 되었다는 점 등이 제기되었다.
1심 재판부는 병원 측의 손을 들어주며 A 측에게 미납 진료비 전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비록 소아외과 세부전문의는 아니지만 외과 전문의로서 수술 자격에는 문제가 없으며, 다른 병원으로 이송했다면 오히려 상황이 더 나빠졌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 측이 청구한 약 15억 원 중 70%를 병원의 책임으로 인정하고, 약 10억 원의 배상금 지급을 명령했다. 특히 외과 교수에게도 1,000만 원의 배상 책임을 부과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신생아에게 발생하는 특징적 질환에 대해서는 정해진 수술법이 있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아 재발과 장 절제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수술 과실을 일부 인정한 것이다. 또한 장이 짧아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영양결핍, 면역저하, 감염 등의 후유증이 뇌병변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감정의의 분석을 근거로 삼았다. 다만 소아과 주치의는 수술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기에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병원 측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고, 1년이 넘도록 심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계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이 향후에도 빈번히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외과 전문의 8,800명 중 소아외과 세부전문의는 73명에 불과해, 유사한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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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