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119 병원 선정 권한, 잘못된 이송 책임질 수 있나" 쓴소리

소방노조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 거부 제재해야"... 병원평가지표 반영도 요구
응급의학회장 "잘못된 이송 사례 많아... 119도 힘들지만 근본적 해결책 필요"
전문가 "최종 치료 인프라 확충이 관건... 119-의료계 소통과 협력으로 해법 모색해야"

최근 119 구급대원들이 '응급실 뺑뺑이' 문제 해결을 위해 병원 선정 권한 부여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지난 20일부터 '응급실 뺑뺑이 대책 마련 촉구 서명운동'을 시작하며, 119 구급대가 응급환자 이송 시 병원을 선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제재 마련과 함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8조의2 삭제, 병원평가지표에 '119 구급대 이송 환자 수용률', '환자 인계 지연율', '수용 불가 사유' 등을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119 구급대의 병원 선정 권한 부여가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대한응급의학회 이형민 회장은 "119에 환자 이송에 대한 책임 소재 문제를 따지는 것이 우선"이라며, "책임을 지지 않고 이송만 편하게 하겠다면 119의 존재 의미 자체가 사라지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병원 전 단계에서 환자의 최종 치료 필요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며, 만약 '프리 케이타스(pre-KTAS)'를 기준으로 병원을 선정한다면 그에 따른 책임은 소방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잘못된 환자 이송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면 논의는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회장은 근본적인 응급실 과밀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최종 치료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밑에서 싸워 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며, "119도 힘들 거라고 생각하나 이런 주장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한편 이 회장은 119 구급대의 잘못된 환자 이송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119가 연간 이송하는 300만 건 중 100만 건은 경증환자를 태우고 오는 잘못된 이송"이라며, 최근 근무 중 경험한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당시 119에서 여러 병원이 두피 열상 환자 수용을 거부한다며 도움을 요청했고, 결국 이 회장이 환자를 받았으나 알고 보니 경증의 술에 취한 환자였다고 한다. 해당 환자는 1시간 동안 소란을 피우다 치료도 받지 않고 자리를 뜨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119와 의료진 모두 어려운 상황인 만큼 서로 협력하여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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