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서 세계 첫 '자살 캡슐' 사망 사례... 미국 여성, 질소 가스로 5분 만에 숨져

면역 저하로 오랜 고통 겪은 64세 여성... 자살 지원 단체 도움으로 사르코 이용
사르코 개발자 "평화롭고 품위있는 죽음"... 스위스 정부·검찰은 "불법" 강력 대응
자살 지원 기계 등장으로 '조력 자살' 논란 재점화... 생명윤리 vs 자기결정권 갈등

지난 23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세계 최초로 자살 지원 기계인 '사르코'(Sarco)를 이용한 조력 자살 사례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둘러싸고 스위스 정부와 검찰이 개입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번에 사르코를 이용해 생을 마감한 사람은 미국 중서부 출신의 64세 여성이다. 자살 지원 사업체인 '더 라스트 리조트'에 따르면, 이 여성은 면역 저하와 관련된 여러 가지 심각한 건강 문제로 수년간 고통받아 왔다고 한다.


그녀의 조력 자살은 스위스 샤프하우젠주의 한 사유지 휴양림 오두막집에서 진행되었으며, 라스트 리조트의 공동 회장인 플로리안 윌렛이 유일한 입회자였다. 윌렛은 성명을 통해 이 여성이 "평화롭고, 빠르고, 품위 있게"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건이 알려지자 스위스 검찰청은 즉각 개입에 나섰다. 검찰은 자살 방조 제보를 받고 경찰과 함께 현장으로 출동, 사르코 캡슐을 확보하고 사망자의 시신을 부검을 위해 옮겼다. 또한 관련자들을 체포하여 공모나 증거 인멸을 방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더불어 스위스 내무부 장관은 사르코의 사용이 불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주 검찰청 역시 자살 유도 및 방조 혐의로 여러 사람을 상대로 형사 소송을 제기하고 경찰에 구금했다고 밝혔다.

사르코는 네덜란드 출신 의사 필립 니슈케 박사(76)가 12년에 걸쳐 연구 개발한 3D 프린팅 자살 캡슐이다. 2017년 처음 공개된 이 기계는 자살을 희망하는 사람이 캡슐에 들어가 뚜껑을 닫으면, 자동화된 시스템이 사용자의 의사를 재확인한 후 버튼을 누르면 질소가 방출되어 산소 농도를 급격히 낮춰 의식을 잃고 사망에 이르게 한다. 니슈케 박사가 이끄는 비영리 단체 엑시트인터내셔널은 질소 가스값 정도만 받고 사르코를 운영한다고 알려졌다.

스위스는 일반적으로 조력 자살을 허용하는 국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르코의 합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스위스 의회에서 질의를 받은 엘리자베트 바우메-슈나이더 내무부 장관은 사르코가 제품 안전법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질소의 사용 목적이 화학 물질법과 상충한다며 불법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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