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과 전공의 기피 심각..."의대 정원 확대로는 한계"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등 필수의료과 지원율 급감... 피부과·안과는 여전히 '인기'
박희승 의원 "정부, 필수의료 인력난 해소 위한 구체적 재정 계획 제시해야"
의료계 구조적 문제 드러나... 근무 환경 개선 등 종합적 대책 마련 시급

필수의료과목의 전공의 지원율 하락과 특정 과목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단순한 의대 정원 증원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 2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의 전문과목별 전공의 확보 현황을 분석한 결과, 소아청소년과와 심장혈관흉부외과 등 필수의료과의 전공의 지원율은 50% 미만인 반면, 피부과 등 인기 과목의 지원율은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심각한 하락세를 보였다. 2015년과 2018년까지 100%였던 전공의 확보율이 2019년 92.4%로 하락하기 시작해, 2020년 71.0%, 2021년 36.8%, 2022년 27.5%로 급격히 낮아졌다. 지난해에는 25.5%까지 떨어졌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30.9%에 불과했다.

산부인과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2015년 91.8%였던 전공의 확보율이 2018년 80.3%, 2021년 68.9%로 하락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71.0%에 머물렀다. 가정의학과 역시 2015년 80.4%에서 2018년 96.8%로 상승했다가 2021년 50.6%로 대폭 하락했고, 2024년 상반기에는 53.6%로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특정 과목에 대한 기피 현상도 고착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기피과목인 심장혈관흉부외과의 경우, 2015년 47.9%의 전공의 확보율을 보였고 2018년 56.3%로 소폭 상승했지만, 2021년 40.9%, 2024년 상반기 47.6%로 여전히 정원의 절반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핵의학과도 2015년 77.8%에서 2018년 20.0%, 2021년 13.6%로 급감했으며, 올해 상반기 25.9%로 반등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방사선종양학과와 병리과도 올해 상반기 전공의 확보율이 각각 56.0%, 67.1%에 그쳤다.

반면, 소위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으로 불리는 인기 과목들은 높은 지원율을 유지했다. 피부과는 2015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00% 전공의 확보율을 달성했으며, 안과도 2015년 99.1%, 2018년 97.1%, 2021년 99.1%, 2024년 상반기 100%로 매우 높은 확보율을 보였다. 성형외과 역시 2021년(98.6%)을 제외하고는 배정된 정원을 모두 채웠다.

현재 진행 중인 의정 갈등으로 인해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는 기피과목의 지원자가 전무한 상황이다. 인턴의 경우 정원 2,525명 중 단 15명(0.6%)만이 확보되었고, 전공의는 정원 5,120명 중 58명(1.1%)만이 지원했다. 특히 흉부외과, 비뇨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핵의학과, 직업환경의학과, 예방의학과는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박희승 의원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 산부인과를 중심으로 전공의 확보율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는데, 이는 의료 분쟁의 가능성은 높은 반면 저출생 심화로 인해 전망이 어두운 것으로 여겨지는 게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단순히 의대 정원만 늘린다고 필수과목 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정부의 대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부의 필수의료패키지가 반발만 불러일으킨 채 요란한 빈수레로 끝나지 않으려면 정확한 진단과 제대로 된 처방이 필요하다"며 "최소한 임기 내 추진해나갈 우선 순위 대상과 연도별 재원, 재정 확보 계획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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