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서 진료 거부한 환자 사망...법원 "의료진 과실 없다" [2020 법원은..]

환자 자기결정권 vs 의료진 판단...법원, 의사 진료 재량권 인정
수액 처치만 요구한 환자...상급병원 전원 후 사망, 유족 소송 제기
"응급상황 환자 거부시 추가 조치 어려워...의료진 설명의무 중요성 재확인"

2020년, 한 환자의 안타까운 사망 사건이 의료계와 법조계에 중요한 논점을 제시했다. 이 사건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의료진의 진료 재량권, 그리고 응급의료 체계의 한계점 등 다양한 측면에서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사건의 발단은 A씨가 손저림과 구토 증상으로 119에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의식이 비교적 명료한 상태로 응급실에 도착했고, 의료진은 추가적으로 어지럼증 증상도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의료진은 신경과 진료와 검사를 권유했지만, A씨는 이를 거부했다.

A씨는 "이전에도 비슷한 증상이 있었는데 영양제 수액을 맞고 호전됐다"며 단순히 수액 처방만을 요구했다. 환자의 요구에 따라 의료진은 수액을 투여하면서 동시에 혈액검사를 실시했다.

혈액검사 결과, A씨의 신장수치가 높게 나왔다. 이에 의료진은 신장내과 진료와 입원치료의 필요성을 설명했지만, A씨는 이 또한 거절했다.

시간이 흐르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A씨는 결국 입원치료를 요구했다. 의료진은 입원치료의 가능성과 함께, 상태 악화 시 상급병원으로의 전원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다.

A씨의 상태가 계속 악화되자 의료진은 상급병원으로의 전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실행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A씨는 상급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사인은 탈수 등 합병증으로 밝혀졌다.

이후 A씨의 유족은 첫 번째 병원 측의 과실을 주장하며 3억 7000여만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활력징후를 자주 측정하지 않았으며, 적절한 시기에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병원 측의 과실을 주장했다.

그러나 의정부지방법원은 병원 측의 과실이 없다고 판단하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의사의 진료 재량권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특히 A씨가 의료진의 권유를 두 차례나 거부하고 단순 수액 처방만을 원했다는 점을 중요하게 여겼다. 응급 임상현장에서 응급의료나 처치가 긴급하지 않은 환자가 의료진의 권유를 거부하는 경우, 의료진에게 추가적인 진료나 조치를 요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또한, 재판부는 A씨가 상급병원으로 전원될 당시 응급환자에 해당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보았다.


이 판결은 의료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복잡한 상황들을 잘 보여줬다.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 사이의 균형, 응급의료 체계의 한계, 의료진의 설명 의무와 환자의 이해 및 동의의 중요성 등 다양한 요소들이 얽혀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의료계에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했다. 첫째,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면서도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명확히 전달하고 기록해야 한다는 점, 둘째, 응급상황에서의 중증도 분류와 지속적인 모니터링의 중요성, 셋째, 적절한 시기의 전원 결정과 그 과정에서의 충분한 설명과 동의 획득의 필요성 등이다.

또한 법적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 의료 소송에서 의사의 진료 재량권을 인정하고, 응급 상황에서의 의료진의 판단을 존중하는 법원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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