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감염 책임 묻는 8억 소송… 법원 "의사 과실 없다" 기각 판결

의사 감염 관리 소홀 주장… 법원, "완전한 감염 예방 불가능"
수술 후 감염 발생 자체로 과실 추정 어려워
예방적 항생제 사용 및 협진 등 감염 관리 노력 인정
환자 요인으로 인한 감염 위험 증가 고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수술 후 장애를 입었다며 의사와 병원을 상대로 환자 측이 제기한 손해 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환자 A씨는 수술 후 감염 관리 소홀로 장애가 발생했다며 병원 운영진과 주치의를 상대로 8억 원대 손해 배상을 요구했으나, 법원은 의사의 과실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A씨는 2017년 9월 B병원에서 요추 좌측 협착증과 퇴행성 전위증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5일 만에 퇴원했으나 고열과 통증으로 재입원했고, 혈액검사에서 그람 양성 구균이 검출되었으며 수막염 및 심내막염 의증으로 다른 병원으로 전원되었다. 이후 A씨는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양하지 마비 상태에 빠졌다.

환자 측은 주치의 C씨가 수술 전후 감염 관리를 소홀히 하여 A씨에게 장애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수술 전 당뇨 관련 검사 미실시, 무균 조작의무 소홀, 성급한 퇴원 결정, 재입원 후 감염 치료 소홀 등을 이유로 들며 총 8억여 원의 손해 배상을 요구했다.

환자 측은 A씨가 당뇨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수술 전 당뇨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수술 후 무균법을 준수하지 않아 감염이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A씨가 퇴원한 후 고열과 통증을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 없이 항생제만 투여하고 퇴원 결정을 내린 점을 지적했다. A씨가 재입원했을 때도 감염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치료를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모두 의사에게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감염 발생 원인과 경로는 다양하며 완전한 감염 예방은 현대 의학 기술상 불가능하다"며, 수술 후 감염 발생 자체만으로 의사의 과실을 추정할 수 없다고 했다.

담당 감정의 의견에 따르면, 일반적인 척추 수술에서 모든 무균 절차를 지켜도 평균 2~3%의 감염이 발생할 수 있으며, 수술 범위가 커지거나 기구를 삽입하는 경우 그 비율은 4% 이상으로 높아진다. 또한 당뇨, 간질환, 고령 등 환자의 개인적인 요인도 감염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뇨 환자는 면역력이 저하되어 있어 감염 위험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C씨가 수술 전 예방적 항생제를 사용했고, 수술 후에도 환자의 혈당을 지속적으로 관리했으며, 재입원 시 발열 원인을 찾기 위해 다양한 검사를 시행한 점을 고려했다. 또한, MRI 검사에서 명확한 감염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항생제를 변경하고 협진을 진행하는 등 감염 관리에 최선을 다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C씨가 수술 후 A씨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음을 강조했다. C씨는 발열이 지속되자 폐검사, 혈액검사, 소변검사, 척추 MRI 검사 등을 실시하며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자 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감염 원인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감염이 발생한 것이 의사의 과실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또한, 재판부는 A씨가 퇴원 전까지 특별한 감염 관련 증상을 보이지 않았고, A씨와 같은 날 B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다른 환자들 역시 별다른 감염 문제가 없었다는 점도 고려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볼 때, 의사가 수술 전후로 감염 예방과 관리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환자에게 감염이 발생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법원은 "의사가 수술 전후 감염 예방과 관리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환자에게 감염이 발생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며 환자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의사의 감염 관리 의무와 관련하여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한 사례로, 의료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염 문제에 대한 법적 판단의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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