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우정민 판사)은 최근 수술 동의서를 환자 대신 가족에게만 받았던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이와 관련하여 환자 A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300만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하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지난 2019년 8월 1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왼쪽 다리의 통증과 저린감을 호소한 환자 A씨는 B정형외과의원을 방문해 요추 4~5번 디스크 팽윤 진단을 받고, 이틀 후 추간판제거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퇴원 후에도 통증이 지속돼 A씨는 다시 B의원에 재입원하였고, 9월 2일 MRI 검사 결과 수술 부위에서 혈종과 잔존한 디스크가 발견되었다. 이에 따라 B의원 의료진은 다음 날 잔류 추간판 절제술과 혈종 제거술을 시행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A씨의 통증은 계속되었고, 그는 2020년 1월에 C병원에서 요추 45번 간 양방향 척추내시경수술을, 3월에는 요추 45번 후궁절제술과 추체간유합술 및 고정술을 시행받았다. 이와 같은 일련의 치료 이후, A씨는 요추 5번 신경근병증으로 인한 방사통과 감각 저하, 방광 기능 장애가 발생하였다.

A씨는 의료진이 1차 수술 당시 혈종 발생과 디스크 잔존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수술 전 동의서도 본인이 아닌 배우자에게만 받아 영구적인 신경근병증과 배뇨장애가 발생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시술 과정에서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의료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의료 전문가들의 감정 결과를 종합한 뒤 "1차와 2차 수술 과정에서 의료진의 주의의무를 위반하거나 요양 방법을 제대로 지도하지 않은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2차 수술의 지연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추간판제거술 후 혈종 형성이나 디스크 재발은 일반적인 합병증으로 100% 예방이 어려우며, 1차 수술 당시 혈종을 대비해 배액 장치를 삽입한 조치가 이루어졌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A씨 배우자에게만 수술 동의서에 서명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설명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차 수술 동의서에는 예상되는 합병증과 후유증 항목이 동그라미로 표기되었을 뿐,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으며 배우자가 대신 서명했다"고 밝혔다.

2차 수술 동의서의 경우에도 신경 경막 손상이나 마비 등의 합병증이 기재되어 있었지만, 역시 배우자에 의해 작성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당시 A씨가 스스로 서명하기 어려운 신체적이나 정신적 상태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배우자가 작성한 동의서만으로는 A씨에게 설명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설명의무 위반 행위와 A씨의 신경근병증 및 배뇨장애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았으며, 이에 따라 법원은 위자료 300만 원의 지급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