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원하지 않은 환자 진료 기록 후 요양급여비용 부당 청구 밝혀져
의사 A씨 "폐업 후 처분은 무효" 주장했지만 법원은 기각
국민건강보험제도 악용한 장기간의 부당이득, 처벌 정당성 인정
서울행정법원에서 환자가 의원에 내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진료한 것처럼 진료기록부에 거짓 입력을 하여 요양급여비용을 부당하게 청구한 의사에게 5억 원에 상당하는 과징금 부과처분을 내린 것은 합법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부(재판장 양상윤)는 내과의원을 운영했던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기각했다.
이번 소송은 A씨가 의료 행위를 하지 않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료한 것처럼 꾸며 전자기록부에 허위로 입력하고, 이를 근거로 요양급여비용을 부당하게 청구했다는 의혹에서 비롯되었다.
의사 A씨는 서울 송파구에서 내과의원을 운영한 대표자로서, 보건복지부는 A씨 의원에 대해 2019년 11월 19일부터 22일까지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대상 기간은 2016년 9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총 36개월에 걸쳐 이뤄졌다. 보건복지부는 조사에 앞서 2022년 6월 20일에 사전 통지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의원에 내원하지 않은 환자들을 진료한 것처럼 전자기록부에 허위로 기록한 뒤, 요양급여비용으로 약 1억 184만원을 청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보건복지부 장관은 A씨에게 63일의 업무정지 처분 대신 5억 921만 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A씨는 이미 의원을 폐업한 상태에서 사전 통지를 받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 처분의 무효성을 주장했다.
A씨는 "2020년 12월 27일에 의원을 이미 폐업한 상황에서 사전 통지가 이뤄졌다"며, 보건복지부의 처분은 법령을 잘못 해석해 이뤄진 위법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폐업한 의원에 대해 진행된 처분은 무효라고 강조하면서, 이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행정처분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행정처분이 이뤄지기 전에 의료기관이 폐업을 했더라도, 요양기관의 위반 행위가 명백하고 그 사실이 수사기관 또는 행정청에 의해 밝혀진 이상, 행정처분 절차를 언제든지 진행할 수 있으며 이는 위법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즉, A씨가 의원을 폐업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법적 처분의 타당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A씨는 복지부가 지정된 업무처리 기간을 초과하여 조사를 진행했다며, 이러한 점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요양기관 현지조사 지침은 행정조직 내부의 업무처리지침에 불과하며, 대외적으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이 아니다"라며 "복지부의 처분이 지침을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해당 처분이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A씨의 위법 행위가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졌다는 점 또한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았다. 국민건강보험제도는 국가 보건 및 사회복지의 중요한 기반을 이루며, 의료인이 속임수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그 비난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건강보험제도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지키기 위해 이러한 부당 청구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고 법원은 강조했다.
재판부는 "A씨는 36개월이라는 긴 기간 동안 위반 행위를 지속해 왔으며, 이를 통해 월 평균 약 282만 원, 총 1억 184만 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러한 부당이득 금액을 고려하여 업무정지 기간을 산정하고, 그에 갈음하여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므로 처분이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을 통해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악용하려는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한 처분이 이뤄질 수 있음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법원은 국민건강보험제도가 보건 및 사회복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의료인의 부당한 행위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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