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도 레지던트 1년차 모집 참담…기피과 지원 '실종'

전공의 충원율 5.9%…정부의 특례 카드도 효과 없어
필수의료 분야 지원자 실종, 인기과만 소수 선방
의정 갈등과 계엄령 여파로 의료계 미래 불투명

2025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모집 결과는 의료계와 정부의 의정 갈등이 초래한 최악의 결과를 보여줬다. 정부가 전공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새로운 모집 제도마저 무용지물로 전락하며, 전공의 모집률은 참담할 정도로 낮았다.



9일 전국 수련병원 레지던트 지원 현황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48개 병원의 전공의 충원율은 단 5.9%에 그쳤다. 정원 1412명 중 지원자는 84명에 불과했다. 특히 필수의료로 분류되는 흉부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기피과목은 지원자가 전무한 상황에 직면했다.

소아청소년과는 제주대병원에서 1명이 지원한 것을 제외하면 전국적으로 지원자가 없었다. 흉부외과와 산부인과 역시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반면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 소위 인기과로 분류되는 분야는 정원을 채우지 못했으나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방 수련병원의 한 관계자는 “기피과는 지원 문의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작년과 비교해도 지원자가 실종됐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이번 모집에서는 대표적인 수련병원으로 꼽히는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마저 비공개 방침을 이어갔다. 극소수 지원자가 특정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병원 관계자들은 “지원자가 한 자릿수에 그쳤다”며, 비공개 방침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율 저조의 원인으로는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의 장기화와 계엄령 사태가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3일 발표한 계엄 포고령과 그 속에 포함된 전공의 처단 방침은 의료계에 충격을 주었고, 복귀를 고민하던 전공의들조차 지원을 포기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정부는 전공의 모집률을 높이기 위해 올해 전·후기 구분 없는 일괄 모집과 2지망 제도 등 특례 카드를 꺼내 들었다. 2지망 제도는 동일 병원에서 1지망에 불합격한 지원자가 육성지원과 및 내·외·산·소, 응급의학과를 2지망으로 선택하면 추가 합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모집률은 오히려 더 하락하며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지원 자체를 고민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계엄령 사태와 탄핵 정국 여파로 인해 많은 전공의가 상황을 지켜보기로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모집 결과는 필수의료 분야의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의료계는 전공의 모집 실패가 단기적으로 인턴 모집과 상급년차(2~4년차) 레지던트 충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 부족은 국민 건강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의료계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미복귀로 인한 후유증을 대비해야 할 것”이라며, “의료계와 정부 모두 사태 해결을 위해 전향적인 태도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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