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과실 없지만, 위험 설명했지만... 法, "1200만원 배상하라"

설명 의무 위반, 환자에게 적절한 시간적 여유 제공하지 않아
대법원 판례 따른 설명 의무 위반, 의료진 배상 책임 인정
환자의 자기 결정권 침해, 배상 판결로 이어져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최근 B병원 의료진이 환자에게 시술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집도의 변경과 관련한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은 점을 이유로 병원에 배상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환자에게 미리 시간을 주지 않고 시술을 강행한 의료진의 설명 의무 위반을 인정하며, 병원이 총 1,2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23년, A씨는 미파열 뇌동맥류로 B병원에서 스텐트 보조 코일색전술을 받았다. 그러나 시술 중 미세철사가 좌측 내경동맥을 통과하면서 지주막하출혈이 발생, 결국 A씨는 나흘 만에 사망하게 되었다.


유가족은 의료진의 과실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금 1억789만원을 청구했으며, 위자료로는 7,000만원을 요구했다.

유가족 측은 의료진이 치료 방법을 성급히 결정했다고 주장하고, 특히 미숙한 기술이나 부주의로 인해 좌측 내경동맥을 뚫은 것, 그리고 출혈 발생 후 지혈이 부적절했다고도 지적했다.


그 외에도 시술 동의 과정에서 환자가 "시술을 받기 위해 충분한 숙의 시간을 제공받지 못했다"며, 사망 가능성이나 집도의 변경 가능성에 대해 설명이 없었다고 했다.

법원, 시술 과정에서의 과실은 인정하지 않아


그러나 법원은 의료진의 시술 과정이나 이후 조치에서 과실이 있었다고 보지 않았다. 대신 시술 전 동의서 작성에서 발생한 설명 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B병원 의료진이 시술 전 동의서에서 "환자 상태나 의료기관 사정에 따라 부득이 집도의가 변경될 수 있다"고 명시한 점을 들어 집도의 변경 가능성에 대해서는 설명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환자에게 변경된 집도의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원은 "환자에게 누구가 집도의가 될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며, "변경된 집도의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없이 시술을 강행한 것은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또한, 동의서를 받은 후 하루 만에 시술이 이루어진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재판부는 "환자에게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주고 충분한 설명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설명 의무에 대한 새로운 기준, 대법원 판례 따른 판결


이번 판결은 대법원의 2022년 판례를 따르는 것으로, 의료진의 설명 의무는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이행돼야 한다"는 기준이 적용됐다. 당시 대법원은 의사의 설명이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고, 충분한 시간을 제공한 뒤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기준에 따라 법원은 시술 전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고 변경된 집도의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의료진의 설명 의무 위반을 인정하며,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처럼 "적절한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을 경우, 환자는 시술을 받을지, 다른 집도의에게 시술을 받을지 선택할 기회를 잃게 된다. 법원은 "시간적 여유를 두고 설명을 들었다면 환자는 시술을 받지 않거나 다른 집도의에게 시술을 받을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설명 의무 위반에 따른 배상 판결 이어져


이번 판결은 지난 몇 년간 이어져 온 의료진의 설명 의무 위반에 대한 법원의 판례를 이어가는 사례다. 2022년 대법원 판례 이후,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둔 설명 의무가 강조되면서 의료진의 설명 의무를 위반한 사례에서 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판결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특히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 경우, 설명 의무 위반을 이유로 위자료 지급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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