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지소, 민간의료기관과 업무 중복 심각…무의촌 의료공백 악화

공보의협 "보건지소 절반 이상 환자 하루 5명 이하…의료자원 낭비"
지자체 도덕적 해이로 무의촌 진료 공백 발생 비판
"민원 의식한 비효율적 배치 중단하고 실질적 개선 나서야

전국 상당수 보건지소가 민간의료기관과 진료 기능이 중복돼 공중보건의사(이하 공보의) 인력이 낭비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진짜 의료가 필요한 무의촌 지역의 의료공백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는 1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전국 1228개 보건지소 중 791곳(64.4%)이 하루 평균 환자 5명 이하를 진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중 하루 평균 환자가 1명 미만인 보건지소도 전체의 13.8%(170곳)에 달했다.

대공협은 "상당수 보건지소가 인근 민간 의료기관과 진료 기능이 중복돼 사실상 운영의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공협 조사 결과, 전국 보건지소 중 526곳(41.3%)이 반경 1km 내에 민간 의료기관이 있었으며, 범위를 4km까지 확대하면 818곳(64.2%)으로 늘어났다.

공보의들도 보건지소 배치가 부적절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올해 대공협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공보의 32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7.8%가 "자신의 보건지소 배치가 타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특히 부적절한 배치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54.2%)이 "민간 의료기관과의 기능 중복"을 꼽았다.

대공협은 지자체가 민원을 우려해 불필요한 보건지소를 유지하는 '도덕적 해이'가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인력과 예산이 낭비되고 있으며, 정작 의료가 절실한 무의촌 지역은 의료공백이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라북도 부안군 사례가 대표적이다. 부안군은 공보의 1명을 연간 1080만원의 여비만으로 운영하면서도 민간의사 채용에는 예산을 전혀 책정하지 않고 있다. 대공협 이성환 회장은 이를 두고 "지자체는 예산을 이유로 민간의사 채용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공보의를 값싼 노동력으로만 여기며 사실상 민원 처리용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공협은 "보건지소가 지역사회 민원 해소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진짜 무의촌에 대한 의료 지원은 축소되는 상황"이라며 "무의촌에 대한 정확한 정의부터 내려 공보의 배치의 합리적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지자체는 보건복지부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보건지소 기능을 조정하거나 민간의사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등 자체적인 적극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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