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는 외국인환자 역대 최대, 유치기관 관리 인력은 1~2명뿐
"전문의 퇴사해도 등록 유지"…불법적 사례 빈발
의료계 "부작용·응급상황 우려, 실시간 모니터링 도입해야"
한국을 찾는 외국인환자가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진료하는 외국인환자 유치 의료기관의 사후관리가 허술해 부작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고, 지자체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현장 단속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환자는 60만 명으로, 전년(24만 명) 대비 144.2% 급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전 최고치였던 2019년(49만 명)에 비해서도 2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외국인환자들은 주로 피부과와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의원급 의료기관(66.5%)을 찾고 있다. 특히 피부과 진료는 전체 외국인환자의 35.2%인 23만 명을 차지하며 가장 높은 인기를 보였다.
그러나 이처럼 급격한 외국인환자 증가에도 외국인환자 유치 의료기관의 관리 체계는 미비한 상태다. 현행법상 외국인환자 유치 의료기관으로 등록하려면 전문의가 최소 1명 이상 상주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유치기관 등록 당시만 전문의를 채용한 후, 이후 전문의가 퇴사했음에도 변경 신고 없이 계속해서 외국인환자를 유치하고 있다.
서울의 피부미용 의원에서 근무 중인 한 원장은 "일반의들이 외국인환자 유치 요건을 맞추기 위해 전문의를 임시로 고용한 뒤 전문의가 나가도 그대로 영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흔하다"고 전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위법 사례가 발생해도 제대로 된 단속이나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국인환자 유치의료기관 등록과 관리 권한은 각 지자체에 있지만, 실제 현장 관리 인력이 극도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체 외국인환자 중 78.1%가 서울 지역 의료기관을 찾고 있지만, 서울시에서 외국인환자 유치기관을 관리하는 인력은 단 2명뿐이다. 서울시에만 유치기관이 2000여 곳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관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등록 업무만으로도 벅찬 인력 상황에서 위반 신고가 들어와도 현장 실사까지 가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역시 외국인환자 유치가 국가 육성사업인 만큼 엄격한 단속보다는 최소한의 관리 수준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각 지자체에 의료기관이 규정을 준수할 수 있도록 권고하는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현장의 인력 부족은 현실적인 문제"라고 인정했다.
의료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환자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의가 없는 상태에서 일반의 혼자 과도한 외국인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부작용이나 응급상황 발생 시 제대로 된 대응이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환자 유치기관의 전문의 상주 여부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인력 신고 현황과 연동해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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