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요 병원, 간암 초치료 건수 큰 폭 감소
전공의 빠진 자리에 PA 간호사 투입 급증
병기 악화·간이식 감소…"의료체계 회복 시급"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의료대란의 여파로 간암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 주요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간암의 초기 진단 및 치료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진료 지연으로 인한 환자 상태 악화와 의료 질 저하 문제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간암학회 김순선 보험이사(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정기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학회가 수도권 주요 8개 병원의 최근 1년 간 진료 인력 현황과 간암 치료 실적 등을 분석한 결과, 간암 초치료 건수가 1655건에서 1177건으로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진료인력 구성의 구조적 변화다. 의정 갈등으로 인해 전공의가 현장을 이탈하면서, 8개 병원 중 전공의가 남아있는 병원은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투입된 진료지원(PA) 간호사의 비율은 기존 15.1%에서 28.7%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교수진 비율도 44.2%에서 50.9%로 소폭 증가했지만, 실제 인원 수는 단 2명 증가한 수준이어서 진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 인력 부족 현상은 진단과 치료의 질 저하로 이어졌다. 특히, 간암 진단 당시 병기 분포가 악화됐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됐다. 진단 시 초기 단계인 1~2기 환자는 줄어든 반면, 이미 치료가 어려운 4기 환자의 비율은 9.8%에서 12.0%로 늘어났다.
간이식 역시 큰 폭으로 감소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월평균 간이식 수술 건수는 기존 115.6건에서 90.4건으로 22% 감소했으며, 수도권 병원의 간이식 비율도 감소했다. 특히 충남과 전북 지역에서는 최근 1년간 간이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김순선 보험이사는 "의정사태 장기화로 간암 초치료와 간이식 수술 건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물론, 환자의 병기 악화까지 나타나고 있어 의료공백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필수 의료 인력의 확보와 진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의료체계의 구조적 취약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정부와 의료계 간의 빠른 협상 재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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