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헌법 침해 소지”…법조계, 의료법 개선 요구

퇴사 전공의에 ‘업무개시명령’ 적용, 강제노동 논란
“정당한 사직 무시하고 자의적 판단…헌법상 직업 자유 침해”
전문가들 “절차적 보완과 실체적 기준 명확화 시급”

정부가 지난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에게 발동한 '업무개시명령'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 사진 : 보건복지부

의료계와 법조계는 해당 명령이 직업 선택의 자유와 퇴사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며, 의료법상의 관련 조항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3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정책포럼에서 김용범 법무법인 오킴스 대표변호사는 지난해 복지부가 집단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점을 비판하며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계약 종료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해당 사안은 지난해 2월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하자 일부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진료 현장을 떠난 것이 발단이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제59조 제2항을 근거로 이들에게 복귀 명령을 내렸고, 불이행 시 면허정지 등 처분을 경고했다.

복지부는 특히 당시 중대본 회의를 거쳐 강력한 발언을 이어갔으며, 박민수 제2차관은 “업무개시명령 불이행 시 최고 징역 3년형 처벌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는 전공의들 사이에 상당한 압박감을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해당 조치가 퇴사한 전공의들에게까지 적용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공의가 정당한 절차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과의 근로관계를 종료한 경우, 이를 ‘정당한 사유 없는 진료 중단’으로 해석할 수 없다"며 "행정당국이 진정한 사직인지 여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해 명령을 내리는 것은 법치주의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이는 사실상 의료인에게 강제노동을 요구하는 것으로, 헌법상 인간의 존엄성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공의는 수련생이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에 있기 때문에 퇴사한 이후엔 병원에서 진료 의무가 사라진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들의 사직을 단순 집단행동으로 판단하고, 사직서 수리를 금지하는 지침까지 병원 측에 전달한 바 있다.

이날 김 변호사는 업무개시명령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보고 등의 사전 협의 절차를 도입하고, ‘정당한 사유’의 정의와 명령 대상·기간·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적법하게 퇴사한 의료인에게는 원칙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하며, 퇴사 동기를 이유로 그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전공의의 권리와 공익 간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국민 건강권 보호라는 공익적 목표가 중요하더라도 의료인의 기본권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편, 복지부는 지난해 6월 전공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공식 철회한 바 있으나, 이 같은 상황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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