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 의정 갈등 여파에 인상률 낮을 듯
병원급은 필수의료 강화 정책 기대감 반영
건보재정 흑자에도 협상 여지는 제한적
오는 5월 본격화되는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환산지수 수가협상)을 앞두고 의료계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의원급 유형의 경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인색한 인상률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면 병원급은 필수의료 지원 확대 기조에 따라 상대적으로 유리한 협상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수가협상은 매년 건강보험공단과 의료공급자 단체 간의 협의를 통해 진료비 산정의 기준이 되는 환산지수를 정하는 절차다. 협상 대상에는 병원, 의원, 치과, 한의원, 약국 등 7개 단체가 포함된다. 협상은 5월 9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16일과 23일 두 차례 공식 회의를 거친 후, 31일 최종 협상을 통해 6월 2일 계약 체결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올해도 지난해 도입된 환산지수 차등적용 기조가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고되면서 의원급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작년 의원 유형은 0.5%라는 최저 인상률을 기록했고, 실제 진찰료 중심의 선택적 인상 구조로 체감 효과가 미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는 의정 갈등 여파로 일시적인 진료비 증가 통계까지 겹쳐, 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에 설 가능성이 크다.
일부 개원의들은 실질 수익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진료비 증가 수치만 강조돼, 협상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환산지수 차등적용이 의료기관 간 갈등을 유발한다”는 비판과 함께 “진찰료만 올리는 방식은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병원급의 경우, 종합병원 진료비는 상승한 반면 상급종합병원 진료비가 하락하면서 전체 평균은 낮게 형성됐다. 이로 인해 병원 유형은 인상 여지가 일부 열려 있다는 평가다. 특히 정부가 응급·분만·중증 분야 등 필수의료 강화를 정책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어 협상 테이블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약국은 필수의약품 공급 부담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의정 갈등으로 인해 협상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는 차등적용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명확히 하고 있다. 복지부는 “의료계가 우선 인상되길 바라는 항목을 제시해주면 보다 전략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일괄 인상이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지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현재 의원급이 병원급보다 높은 환산지수를 적용받고 있는 구조에 대해 정부는 “중증도가 높은 병원이 불이익을 받는 현행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조치”라고 설명한다.
2024년도 건강보험 재정은 당기 1조7000억 원가량의 흑자와 누적 적립금 29조 원 이상을 기록하며 재정 여력을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최근 2년간 건강보험료가 동결된 점을 고려해, 정부는 재정 안정성을 이유로 협상에서 보수적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원급 분위기가 예년보다 더 냉각되어 있다. 낮은 인상률을 받아들이긴 어려운 분위기”라며 “건보공단 역시 보험료 동결에 따른 재정 부담을 고려해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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