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골수검사 간호사 수행 가능 판단...현장 활용 증가
간호사의 의료행위 가능 범위, 명확한 기준과 전문성 요구돼
진료지원간호사(PA) 역할 확대, 법적·안전성 문제 논의 시급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종양전문간호사의 골수검사 수행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한 이후 의료현장에서는 진료지원간호사(PA)의 업무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모든 간호사의 의사 업무 대체를 허용한 것이 아니라, 명확한 조건과 기준 아래 일부 의료 행위를 보조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어서 의료계의 신중한 접근과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 28일, 법무법인 선의의 오지은 변호사는 대한의료법학회 월례학술발표회에서 '종양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 –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라는 논문 발표를 통해 이 같은 우려와 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의 배경이 된 사건은 의료기관 소속 종양전문간호사가 의사의 직접 입회 없이 골수검사를 진행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병원은 의사 업무 과중을 이유로 종양전문간호사에게 약 한 달간의 관찰과 실습을 통해 골수검사 수행을 위임했고, 이는 2심에서 유죄로 판단됐다.
당시 재판부는 골수검사가 깊은 곳까지 바늘을 찔러 골수를 채취하는 침습적 행위로 출혈 등 환자에게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았다. 보건복지부 역시 골수검사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벗어난 행위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뒤집으며, 골수검사가 침습적임은 인정하지만 반드시 의사만 수행할 수 있는 본질적 의료행위는 아니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해당 의료행위가 의료기관마다 표준화된 절차와 지침이 존재하고, 간호사가 충분한 숙련도와 자질을 갖추었다면 일반적인 지도와 감독 하에 독자적으로 수행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대한혈액학회와 대한종양내과학회의 의견을 참조한 결정으로, 전문간호사의 교육 수준과 임상경험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됐다.
대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제시한 판단 기준은 구체적인 의료행위의 위험성, 의사의 지시 및 감독의 실질성, 간호사의 전문성과 경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의료행위의 본질과 구조적 특성상 간호사가 의사의 일반적 감독 아래에서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이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는 법적 기준을 세운 것이다.
이러한 판단에 대해 오 변호사는 "대법원의 판결은 단순히 개별 사건에 국한되지 않고, 앞으로 전문간호사 제도의 현실적 운영과 진료보조 개념의 명확한 정립, 의료현장에서 역할 분담의 한계를 설정하는 데 있어 광범위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전문간호사도 결국 간호사 면허 소지자일 뿐 의사의 본질적 의료행위를 대체할 수는 없다"며, "개별 행위가 이뤄지는 상황에 따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법적 책임이 판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최근 의료현장에서 더욱 논란이 되고 있는 진료지원간호사(PA)의 업무 범위 확대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진료지원간호사들이 전공의 업무를 부분적으로 대체하며 임시로 활용되고 있지만, 명확한 업무 규정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들의 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로 간주될 가능성에 대한 법적 혼선이 예상된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진료지원간호사 업무범위를 입법 예고하려 했으나, 의료계의 반발로 현재 논의가 지연된 상태다.
오 변호사는 "진료지원간호사의 업무 확대는 단순한 의료인력 부족 해소 차원이 아니라 환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과도하게 확대 해석하여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일반 간호사에게까지 의료 업무를 무분별하게 위임할 경우, 면허제도 자체를 흔들고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이번 판례를 통해 각 의료기관들이 환자의 안전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준비와 논의를 진행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해당 병원의 전문간호사들이 표준화된 지침을 철저히 따랐을 때 별다른 악결과가 없었다는 점이 판결에 반영되었다. 따라서 의료기관은 행위자의 전문성과 업무수행 지침을 명확히 하여 안전한 의료 환경을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판결은 의료인력 부족이라는 현실 속에서도 의료 행위의 질과 환자 안전을 놓고 무분별한 역할 확대 대신 명확한 기준 마련과 전문성 확보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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