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 방해한 1시간 소란에 벌금 400만 원…법원 “엄벌 필요”
외래 검사실 고성 항의에도 유죄 인정…의료진 보호 인식 확산
복지부 “응급실 폭력, 진료 거부 가능”…대응 체계도 정비 중
최근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진에게 욕설을 하거나 소란을 일으킨 사례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유죄를 선고하며, 병원 내 질서유지와 의료진 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응급실과 같은 긴급 진료 환경에서는 의료 방해 행위에 대해 더욱 엄중한 처벌이 내려지고 있다.
수원지방법원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400만 원을 선고했다. 사건은 지난 2월 경기도 화성시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발생했다. 당시 A씨는 간호사의 주사 시술 과정에서 불만을 제기하며 심한 욕설을 퍼붓고, 바지를 벗겠다고 위협하는 등 약 1시간 동안 소란을 일으켰다. 이러한 행위로 인해 의료진의 응급환자 진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응급실은 환자의 생명이 달린 치료가 신속히 이뤄져야 하는 공간이며, 의료행위는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며 A씨의 행동을 강하게 질타했다. 다만,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형사공탁을 한 점 등을 고려해 벌금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응급실 내 진료 방해 행위에 대한 대응은 제도적으로도 강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 '응급의료법상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관한 지침을 전국 지자체와 의료기관에 통보하며, 응급실 내 폭행·욕설·협박 등 행위에 대해 의료진이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다. 이로 인해 의료진은 폭력적 상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게 됐다.
한편, 일반 진료 공간에서 발생한 유사 사건에도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C씨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C씨는 지난해 5월 대구의 한 의료원 안과 외래 검사실에서 직원에게 큰 소리로 항의하고, 주변 환자들에게 병원의 내부 문제를 소리쳐 알리며 약 20분간 소란을 일으킨 바 있다.
법원은 C씨가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이전에 벌금형 전력이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서는 이 같은 법원의 판단이 의료현장 질서를 지키고 의료진을 보호하는 데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특히 응급실뿐 아니라 일반 외래에서도 의료진에 대한 언어폭력과 위협, 소란 행위에 대해 사회 전반적으로 보다 엄격한 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진은 공공의 안전과 생명을 다루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그들을 향한 위협은 단순한 개인 간 갈등을 넘어 의료체계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사법부의 일관된 처벌과 함께 병원 내 폭력 예방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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