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활용 두고 의사·한의사 설전…의협 “의료 흉내는 위험행위” VS 한의계 “진료 선택권 보장”
한의계, 초음파·엑스레이 등 사용 공식화
의협 “의과 행위 모방은 국민 생명 위협”
한의협 “고령사회 대응 위해 한의사 활용 필수
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싸고 한의계와 의사단체 간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 한의사들이 초음파와 엑스레이 등 의과 의료기기 사용을 공식화하며 진료 영역을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의료계는 이를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의사들의 의과 행위 모방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박상호 위원장은 “의과 영역은 단순히 인력이 부족하다고 대체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의학의 과학성과 환자 안전을 기반으로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경찰이 부족하다고 경비원에게 수갑을, 판사가 없다고 사법고시 강사에게 판결을 맡길 수 없듯, 의과 진료도 마찬가지”라고 비유하며, “어설픈 의학 흉내는 의료행위가 아닌 위험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의협은 특히 최근 한의사들이 리도카인, 스테로이드 등 전문의약품을 사용하거나 혈액검사에까지 손을 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이는 명백한 면허 외 행위로, 국민 건강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무책임한 접근”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한의계가 아직도 과학적 표준화와 검증이 부족한 상태에서 진료 범위를 확대하려는 것은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한 무모한 시도”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의계는 이를 ‘의료 독점’으로 규정하고 반박에 나섰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한의사에게도 치매 진단과 치료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며, 이는 단지 직역 갈등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진료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시대적 과제라고 주장했다.
한의협은 특히 치매관리법 제2조에서 ‘의사 또는 한의사로부터 진단받은 자’를 치매환자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한의사에게도 법적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달 열린 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한의사에게도 치매 진단서를 발급하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언급한 사실을 언급하며, 정치권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의협은 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 의료 환경에서 한의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라고도 주장했다. “진료 선택권을 제한하고 의료 독점을 유지하는 구조는 결국 의료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의사 부족 문제로 인해 의대 정원도 원점으로 되돌아간 상황에서, 의료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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