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붕괴에 학회 존립 흔들…신경과·성형외과 등 의학 학술단체 심각한 위기

의정 갈등 1년 장기화에 학회 활동 급격히 위축
전공의 수급 감소로 진료·연구 현장 타격…초록·논문 제출도 반 토막
“학술 생태계 근간 흔들려…정부 차원 수련·연구 지원 시급”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년 이상 지속되면서, 대한신경과학회를 포함한 주요 의학 학술단체들이 존립 위기를 맞고 있다.



전공의 수급 붕괴로 인한 진료·연구 활동 위축은 물론, 학회 자체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박수현 순천향대학교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최근 대한신경과학회지를 통해 발표한 기고문에서 “의정 사태 이후 지난 1년간 신경과학회가 겪은 변화는 단순한 조직 운영의 어려움을 넘어 학술 생태계 전체의 위기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실제로 신경과 전공의 지원자는 2024년 82명에서 2025년 10명으로 급감했으며, 전문의 배출 인원도 같은 해 91명에서 10명으로 감소해 무려 87.8%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인력 부족을 넘어 향후 진료 공백과 학문 단절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평가다.

수련 인력 감소의 여파는 병원 현장뿐만 아니라 학회 운영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대한신경과학회에 따르면, 2023년 추계학술대회 참석자는 1071명이었으나 올해는 661명으로 줄었고, 등록자 수 역시 1133명에서 628명으로 감소했다. 학술대회에 제출된 초록 수는 전년 617편에서 267편으로 56.7% 급감했으며, 학회지 투고 논문 수는 114편에서 73편으로 36%가량 줄었다.

박 교수는 “이 같은 변화는 학회의 위상이나 외형적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며 “임상·연구·교육이라는 학술 공동체의 3대 축이 동시에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신경과학회뿐만 아니라 성형외과학회를 포함한 다수의 학회들도 유사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성형외과학회 관계자는 최근 열린 학술대회 간담회에서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나면서 학술 행사와 연구 계획 수립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초기에는 전공의 유입을 위한 세션이 따로 마련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그러한 노력조차 이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신경과학회는 ▲전공의 학회비 면제 ▲온라인 콘텐츠 강화 ▲신진 연구자 지원금 마련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으며, 정부와의 정책 협력을 통해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활동도 병행할 방침이다.

박 교수는 “전공의 수급 문제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의료와 학문 모두를 지탱하는 구조 자체를 위협하는 근본적 위기”라며 “정부가 실효성 있는 수련 환경 개선과 연구 인프라 재정비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금의 흐름을 방치할 경우, 향후 몇 년 안에 특정 진료과는 전문의 배출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으며, 이는 곧 국민 건강권의 침해로 직결될 것”이라며, 학술단체들이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