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처방약 가격 최대 80% 인하 예고…국내 바이오 업계 ‘긴장’ 속 셀트리온 반사이익 기대도
미국 전역에 약가 인하 파장 예고…삼성바이오로직스·SK바이오팜 등 국내 주요 종목 일제 하락
셀트리온 “공보험 중심 정책…오리지널 의약품 타격, 바이오시밀러는 수혜 가능성”
정책 상세 내용 불투명…바이오시밀러 업계 ‘조심스러운 낙관론’도
미국 내 처방약 가격을 대폭 인하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 예고가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약가 인하 여파가 글로벌 제약산업 전반에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바이오시밀러 중심 기업인 셀트리온은 오히려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제기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처방약 가격을 평균 59% 낮추겠다”고 밝히며 약가 인하를 골자로 한 행정명령 서명을 예고했다. 앞서 그는 “약가가 즉시 30~80%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미국은 앞으로 가장 낮은 약가를 제공하는 국가와 동일한 가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은 수년간 비정상적으로 높은 의약품 가격을 부담해왔으며, 연구개발 명목으로 전 세계 제약사들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과도한 비용을 전가했다”고 비판하며, 이번 정책이 “의약품 시장의 공정성을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바이오 대장주들의 주가는 즉각 하락했다. 12일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71%, 셀트리온은 3.92%, SK바이오팜은 2.1% 하락 마감했다. 글로벌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미국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은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20~30% 낮은 가격에 바이오시밀러를 공급해 왔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오리지널 약가를 강제로 낮출 경우 바이오시밀러 역시 가격 경쟁 압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바이오시밀러 업계는 일단 신중한 낙관론을 보이고 있다. 이번 정책이 공보험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의료보험 체계는 메디케어·메디케이드를 포함한 공보험과 사보험으로 나뉘며, 전체 시장에서 공보험은 약 30%를 차지한다. 공보험 영역은 이미 약가가 낮게 책정돼 있어, 바이오시밀러가 입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셀트리온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정책은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등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공보험 시장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는 이미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공급 중이어서, 고가의 오리지널 의약품이 주요 조정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바이오시밀러는 가격 경쟁을 통해 약가 인하 정책에 부합하는 구조를 이미 갖추고 있다”며 “이번 정책은 오히려 오리지널 제약사의 가격 제한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전환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인 2020년에도 유사한 내용의 약가 인하 행정명령을 추진했으나, 당시에는 제약업계의 반발과 실무적 난제로 정책이 실제로 시행되진 못했다. 이번에도 구체적인 적용 방식과 범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국내 제약사들의 대응은 좀 더 지켜보려는 분위기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정책 적용 범위, 대상 의약품, 약가 결정 방식 등 핵심 변수들이 아직 공개되지 않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단기적으로는 시장 변동성이 크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바이오시밀러 확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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