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수가협상 본격화…병원·약국 모두 “의료현장 현실 반영한 수가 인상 절실”

병원계 “의정갈등 이후 회복 미비…지원금 효과 과장됐다”
약국계 “코로나19보다 어려운 상황…행위료 인상률도 부족”
정부에 현실적 인상 요구…“의료공백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

2026년도 건강보험 수가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병원과 약국 모두 현재의 의료환경을 반영한 실질적인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사진 : 국민건강보험공단

각 직역별 협상단은 지난 의료대란의 여파, 물가 상승, 인건비 부담 등 복합적인 위기를 호소하며, “이번 협상에서 현실적인 보상 없이 의료공백은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16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영등포남부지사에서 열린 1차 수가협상에 참석한 대한병원협회 유인상 협상단장은 “의정 갈등으로 병원 운영이 큰 타격을 입었지만, 그 후속 조치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 단장은 “보험금 진료비 통계에 따르면 병원 유형의 증감률은 0.7%로, 전체 평균인 3.4%에 훨씬 못 미친다”며 “이는 대형병원을 포함한 병원급 의료기관들이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상급종합병원 진료비는 오히려 8.8%나 감소했다”며, 이는 의대 증원 정책으로 촉발된 의료현장의 혼란이 아직도 정리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고 덧붙였다.


인건비 상승도 주요 위기로 지목됐다. 유 단장은 “지원금이 인건비로 집중되면서 의료인 이탈 방지를 위한 조치가 이뤄졌지만, 결과적으로 전반적인 인건비 수준이 상승해 병원 운영 부담이 가중됐다”고 말했다.

병원계 내부에서는 국가 지원이 외부에서 인식하는 것만큼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원금은 대부분 의료인 인건비로 사용되었고, 선지급금 또한 전공의 수련 병원에 대한 재정 보조가 아닌 환수 조건의 임시 조치였다”며, 정부와 일각에서 제기하는 ‘지원금으로 이미 회복했다’는 시각은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대한약사회 역시 약국계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수가 정상화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협상단장 오인석 부회장은 “2024년 행위료 인상률은 1.9%로, 2.3%였던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약국은 이제 더는 버틸 힘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0~2021년 감염병 유행 당시보다도 현재 상황이 더 어렵다”며 “의료기관 이용 제한 속에서도 약국은 계속 문을 열고 1차 보건의료의 최전선을 지켰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제 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약사들은 매일 아침 의약품 확보를 위해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현실을 전했다.

오 부회장은 이어 “약국이 감염병과 의료대란을 모두 견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배려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이번 협상에서 실질적인 수가 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약국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양측 협상단 모두 정부의 수가 결정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빼놓지 않았다. ‘쪼개기 협상’이라 불리는 기존 방식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며, 공급자의 참여와 의견이 반영되는 구조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병원과 약국계는 “재정의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의료공급 기반을 위협하는 수준이어서는 안 된다”며, “이번 협상이 의료공백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가 되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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