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부채 1조8000억 돌파…단기 지급능력에도 경고등
전공의·전임의 이탈로 외래·수술 줄며 수익 급감
국립대병원 특성상 자율적 재정 운용 어려워 위기 가중
강원대학교병원이 지난해 자본총계에서 1839억 원의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에 따르면, 강원대병원의 2024년 말 기준 총자산은 1조6281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감소한 반면, 총부채는 1조8120억 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유동부채가 1조1328억 원에 달해 병원의 단기 지급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병원의 자본금은 1조2606억 원 수준이지만, ‘기타’ 항목에서 발생한 손실이 1조4451억 원에 이르면서 전체 자본을 초과 잠식했다. 이로 인해 자본총계는 –1839억 원으로 전환되었고, 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전년 1582%에서 올해는 산정 자체가 불가능한 ‘해당 없음’으로 공시됐다. 자본이 마이너스일 경우 부채비율을 계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재정 악화의 핵심 원인으로는 2024년 상반기에 발생한 의료계와 정부 간의 대규모 갈등이 지목된다.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전임의 대거 이탈은 강원대병원을 비롯한 전국 국립대병원 운영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했다.
특히 주요 진료과 인력의 공백으로 외래 진료와 수술이 대폭 줄어들며 병원의 핵심 수익원이 크게 위축됐다. 이와 동시에 대체 인력 확보를 위한 인건비 증가, 지속적인 고정비 지출, 구조조정의 어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재정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전문가들은 국립대병원이 민간병원보다 수익 구조를 자율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체계에 놓여 있는 점도 이번 위기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지적한다. 의료 수익 확보에 제한이 있는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인력 이탈과 환자 수 감소가 이어진 것은 병원 경영에 치명적인 타격이 된 셈이다.
병원계 한 관계자는 “강원대병원은 이미 구조적으로 취약한 재무 여건 속에서 의정 갈등이라는 외부 충격까지 겹친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의 긴급 재정 점검과 함께 국립대병원의 운영 지속 가능성을 재정비할 정책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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