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1년 4개월 지났지만 신·증축 전무…트리플링 학사 대란 현실화

국립대 21개 건물 공사 모두 지연
행정·설계 단계서 발 묶여…시설 확충 사실상 중단
내년 학사운영 부담 가중, 의료계 우려 심화

정부가 추진한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의해 국립대 의과대학 9개교에서 추진 중이던 21개 건물의 신·증축 사업이 사실상 전면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증원 방침이 발표된 지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실제 공사에 착수한 대학은 단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대 신·증축 사업은 여전히 설계 및 행정절차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실질적인 공사 진행은 전무한 상태다.

교육부는 의대 증원에 따른 교육 인프라 확보를 위해 신축과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해왔으나, 설계·시공을 동시에 발주하는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이 국토교통부의 심의에서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받으면서 사업이 제동이 걸렸다. 국토부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는 올해 2월, 특수공법이 없는 단순 건축사업임에도 공사기간 단축을 이유로 턴키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일반 공사 방식으로 추진하도록 결정했다.

교육부가 지난 4월 수정한 기본계획서를 다시 제출했으나, 국토부는 이를 재심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려했다. 이로 인해 턴키 방식으로 추진하려 했던 8개교 8개동의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고, 일반 공사 방식이 적용돼야 하는 9개교 12개동도 증원 규모 재논의와 공간 검토 지연으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21개 건물 전체가 행정적 절차에서 멈춰 선 상태다.

특히 경북대의 경우 의대 정원 45명 증원에 맞춰 500억원 이상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신관 및 강의동 증·개축 사업을 계획했으나, 윤석열 정부 시절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결정을 받았던 이 사업 역시 '정원 2000명 증원 미이행 시 면제 재검토'라는 조건이 붙어 있어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교육 인프라 확충이 멈춘 가운데, 일부 국립대 의대에서는 내년도 학사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수업 거부와 장기 유급 사태로 다수 학생이 누적되면서 한 강의실에서 세 학년이 동시 수업을 받는 '트리플링' 사태가 현실화된 것이다.

경상국립의대는 24학번, 25학번 유급 예정자와 신입생이 동시에 예과 1학년 수업을 듣게 되면서 253명이 한 강의실에 몰릴 전망이다.


이는 정원의 3.2배에 달하는 규모다. 충북의대와 강원의대도 비슷한 상황으로, 일부 과목에서 유급을 면했지만 사실상 상당수 과목을 신입생과 함께 재수강해야 하는 인원이 포함됐다. 전북의대는 '더블링'이 예정돼 정원 대비 2.3배의 학생이 수업을 듣게 된다. 전남대, 경북대, 충남대 등에서도 대규모 성적경고와 제적 가능성이 제기되며 학사 운영 전반이 위기를 맞고 있다.

정권 교체 이후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교육 기반 투자도 모두 멈춰서면서,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란 의료계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수도권 의대의 한 교수는 "정원 2000명 증원을 전제로 대학들이 시설 투자를 준비했는데 증원 계획이 흔들리면서 모든 사업이 표류 중"이라며 "이제는 의대 정원 문제와 교육 인프라 투자 전반을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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