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공약”...반대측 의견 어떻게 극복할까?

- 실손보험 청구포기의 원인은 청구체계의 불합리성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종이서류의 발급과 행정처리는 병원과 보험사 모두에게 불편과 부담으로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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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열린금융위원회 출범식에서 ‘실손보험 청구 체계 간소화’를 포함한 5개 보험소비자 보호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가 금융분야에서 공식적으로 공약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해당 내용은 13년째 진전없이 국회에서만 머물러 온 이슈인데다, 의료계의 반발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잡음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열린금융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출범식을 연 뒤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공약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는 송영길 대표와 윤후덕 선대위 정책본부장 등이 참석했으며, 윤 본부장이 이 후보의 공약 발표를 대독했다.


◆ 이 후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필요성
이 후보는 공약발표문에서 “보험은 질병과 사고로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 닥쳤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에 비를 막아주는 우산에 비유되곤 한다”며 “하지만 보험금을 청구했는데 정작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한다면 구멍 난 우산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산이 구멍이 났거나 고장이 났다면 미리 고쳐 놓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후보는 “보험소비자, 보험회사, 그리고 병의원 등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 타협을 통해 실손보험 청구 체계도 간소화를 추진하겠다”며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는 보험 체계 확립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실손보험 청구포기의 원인은 청구체계의 불합리성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종이서류의 발급과 행정처리는 병원과 보험사 모두에게 불편과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보험소비자가 병원에 보험금 청구를 위임하면 병원이 증빙서류와 청구서를 전송하여 보험사가 병원 또는 보험소비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청구 절차를 간소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고지의무 위반' 계약 해지 방지 

이 후보는 또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사가 계약을 해지하는 불합리성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현재의 보험법은 보험에 가입하는 소비자가 ‘중요한 사항’을 보험회사에 충실하게 알려야 하는 의무를 부담시키고 있지만, 보험상품이 복잡해지고 다양해지고 있어 전문지식을 갖춘 보험사가 이를 더 잘 알고 있다”며 “보험회사가 먼저 소비자에게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제시하고,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또 여러 보험사 상품을 취급하는 독립보험대리점(GA)도 보험사와 동일한 법적 책임을 지게 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GA에는 민원전담부서의 설치, 설계사 전문교육 체계 등 내부통제시스템 마련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아울러 2000만원 이하의 보험금 분쟁에 대한 금융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을 보험소비자가 수락할 경우 보험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는 불복할 수 없도록 했다.

이상복 열린금융위원장도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일반 국민들한테는 많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시간이 걸려도 절차를 거쳐서 합의를 도출하는 게 필요하다"며 "바로 입법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위원장은 "당장 입법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보험회사와 의료계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노력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 소비자보호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온라인 플랫폼이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아 피해가 발생할 경우 법적책임을 부담하게 했다.


발표문 말미에 이 후보는 “질병이나 사고로 가정경제가 휘청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보험을 이용하는 모든 국민들이 안정적이고 건강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 보험회사와 의료계와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구축하겠다"고 했다.

◆ 의료계가 반대하는 이유는?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관련 법안은 2020년 3건에 이어 지난해에도 2건이 발의되면서 법안 통과 기류가 강했다. 지난해애만 세 차례의 국회 토론회가 이뤄졌고 법안소위 논의까지 됐지만, 끝내 의료계 반발에 부딪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추진은 비단 이번 정부만의 일이 아니다.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의 제도 개선 권고를 시작으로 추진됐지만,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는 우선 보험사와 가입자 간의 사적 계약인 실손보험을 두고 제3자인 의료기관에 보험금 지급을 위한 서류 전송을 의무화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또 비급여 의료 정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모이게 되면서 정부가 관련 비용 통제를 할 때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새 정부에서도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는 의료계의 저항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장기화로 의료계의 부담이 극에 달해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반대 기조가 더욱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 측은 "공적기관인 심평원이 민간보험사의 실손보험 청구과정에 개입하다는 것 자체가 심평원의 설립 취지에도 어긋나고,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소비자의 치료받을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보험금 청구 간소화가 시행되면 병원이 심평원에 서류를 넘겨주는 시스템과 인력을 배치해야 하는데 비용이 든다"며 "의료기관과 심평원에 보험사의 행정업무를 떠넘기는 법안"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 소비자들도 우려의 목소리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통과에 우려를 나타내는 일부 소비자단체들은 손해율이 높다는 이유로 실손보험 판매를 꺼리는 보험사가 법안 추진에 적극 나서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향후 심평원에 축적된 전 국민 진료정보를 통해 보험금 미지급 사유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다.

보험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보험금을 더 많이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무려 10년 넘게 노력하고 있는 점은 소비자들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반대로 보험금 지급 거부 사유를 만들기 위한 법안이라는 데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한 손해사정사는 "보험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는 손해사정사나 관련 업무를 하는 회사 직원들을 통해 현장 조사를 한다"며 "사소한 고지의무 위반 등을 병원마다 돌아다니며 샅샅이 찾는다"고 전했다.

이어 "현 발생한 질병과 전혀 관련이 없고, 설계사의 설명의무 위반 등에 따른 아주 작은 고지의무라도 찾으면 이를 근거로 아무리 오랜기간 보험료를 내온 가입자에게도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며 "심평원 전산과 연결해 청구 간소화가 이뤄지면 보험사들이 이런 부분들을 악용하기 수월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각자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보험사와 의료계의 대립이 지속되는 가운데, 무엇보다 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향으로 법안을 충분히 보완해 신중히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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