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체적인 분석과 의료환경에 대한 비교 없이 단순히 해외 여러 국가에 간호단독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간호단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매우 부적절
- 현재 원가보전율이 38.4%에 불과한 간호관리료를 최소한 원가보전이 가능한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처우 개선 방안
대한의사협회의 조사 결과 전 세계 90개국에 간호법이 있다는 간호계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의협의 발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전수조사 결과 간호법을 유지중인 국가는 11개국뿐이었는데, 이 마저도 간호사 면허관리 규정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이에 의협은 나머지 국가도 추가 조사하겠다면서 대한간호협회에 '90개국' 명단 제출을 요청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19일 용산 의협 임시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OECD 회원국의 간호법 현황 조사 결과와 간호단독법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간호사 처우개선을 위한 대안도 함께 제시했다.
◆ 간호법이 존재하는 국가는 단 11개 국가
이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OECD 38개 국가 가운데 단 11개 국가만 ‘간호법’이 존재했다. 한국을 비롯해 나머지 27개 국가는 간호법이 없었다. 간호법 기준은 ‘Law, Act, Code’ 형식을 갖췄는지 여부다. 그렇지 않고 ‘Regulation, Order’처럼 법의 일부나 하위법 형태를 취하면 간호법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이 기준을 따르면 OECD 회원국 가운데 간호법이 존재하는 곳은 오스트리아, 캐나다, 콜롬비아, 독일, 그리스, 아일랜드, 일본, 리투아니아, 폴란드, 포르투갈, 터키 등 11개 국가다.
◆ 나머지 국가들은?
한편 간호법이 없는 27개 국가는 보건의료인력 관련 규정을 의료법 안에 포함시키거나 ‘보건전문직업법’ 또는 '직업법'으로 다루고 있었다.
한국을 포함해 13개 국가는 의료법에서 보건의료인력 관련 사항을 함께 규정하고 있다. 벨기에, 칠레, 코스타리카, 에스토니아, 프랑스, 헝가리, 이스라엘, 이탈리아,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멕시코, 영국이 여기 해당한다.
나머지 14개 국가는 의료법과 별도로 보건전문직업법(또는 직업법)을 제정했다. 호주, 체코,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미국이 여기 속한다. 이들 국가는 보건전문직업법(직업법)으로 보건의료인력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간호법을 폐지한 나라도 있다. 호주와 덴마크는 보건전문직업법을 제정하면서 간호법이 폐지됐다.
◆ 국내 '간호법'과 제정 목적부터 다른 해외 '간호법'
또한 의료정책연구소는 해외의 경우 간호법이 존재해도 대부분 면허관리 내용에 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법은 Council, College, Board 등 면허관리기구 설치와 구성, 교육・자격・면허・등록, 간호사에 대한 환자 민원 접수와 조사, 징계 등 면허 관리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반면, 국내의 경우 보건의료인력 면허를 모두 보건복지부가 관리하고 의료법에서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간호사에 관한 사항을 통합적으로 규율하고 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현재 의료인 면허관리기구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직역별 단독법 제정은 통합적인 면허관리 체계 유지에 바람직하지 않고 실익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해외 간호사 단독법 제정 목적은 엄격한 면허관리를 통해 국민 건강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국가 면허를 기반으로 하는 보건의료인력의 자격, 면허, 규제에 관한 사항을 하나의 법에 통합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법 적용 일관성을 유지하고 보건의료인력간 체계적인 협업을 권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덧붙여 "우리나라는 보건의료인력의 면허는 복지부가 관리하고 있으며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에 관한 사항을 의료법에서 통합적으로 규율하고 있어 이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의료환경에 대한 비교 없이 단순히 해외 여러 국가에 간호단독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간호단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 '간호관리료 인상'을 통해 간호사 처우 개선
연구소는 간호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려면 우선 ‘간호관리료’가 인상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우 소장은 “간호사 급여 수준과 직접적 상관관계가 있는 간호관리료를 개선하지 않고는 어떤 정책도 간호사의 처우 개선에 실질적 해법을 제시할 수 없다”며 “현재 원가보전율이 38.4%에 불과한 간호관리료를 최소한 원가보전이 가능한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처우 개선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간호사 이외에도 의료인, 간호조무사, 약사, 한약사, 의료기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안경사, 응급구조사, 영양사 등을 지원대상으로 하고 있는 현행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정비를 통한 통합적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의협, 추가 조사 계획 밝혀
의협은 향후 OECD 회원국 조사를 시작으로 간협이 '90개국' 명단을 제공하면 추가 조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우 소장은 "전 세계에 200여 국가가 존재하지만 법안이 빠르게 추진되는 국면이라 OECD 조사 결과를 발표하게 됐다. 90개국 명단이 나오면 추가로 더 조사하겠다"며 "그러나 이미 OECD 조사에서 통계적으로 간호법 존재 비율이 30% 수준에 그치는 만큼 (90개국 주장은)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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