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 요양기관의 폐업신고 절차를 강화해 건강보험재정 편취 사례를 축소하는 법안 추진
-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보호받아야 할 피의자가 의심사유만으로 막대한 피해를 받게 될 뿐만 아니라 조사 결과 혐의가 없을 경우에 아무런 잘못 없이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
사무장병원이나 면허대여 약국 등 불법 요양기관의 폐업신고 절차를 강화해 건강보험재정 편취 사례를 축소하는 법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사무장병원이나 네트워크병원 등 불법 행위가 의심돼 행정조사 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의료기관이 폐업 신청을 할 경우 지자체 관할 보건소 심사 절차를 거쳐 이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게 법안의 골자다.
지난 2월 10일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조사를 받고 있는 의료기관(사무장병원, 네트워크병원)의 폐업신고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 사무장병원이란?
사무장병원은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사의 면허를 빌려 병원을 개원하고 바지원장을 내세워 운영하는 병원을 말한다. 사회 공적인 역할을 일정 부분 수행하는 병원의 역할을 넘어 지나친 영리추구로 각종 불법과 과잉 진료를 일삼아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고 환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등 사회적 문제를 일으켜 논란이 일어왔다.
사무장병원 적발 시 사무장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사무장에게 명의를 대여한 의사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과 면허취소, 그리고 그동안 병원으로 지급된 요양급여비용 5배의 환수를 맞는다.
하지만 이런 사무장병원의 적발과 수사는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바지원장의 존재와 병원 경영 정보를 외부에서 알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수사는 대부분 내부자의 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폐업신고 거부 법안 발의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폐업신고를 거부할 수 있는 법이 발의됐다. 사무장병원이 의심돼 행정 조사가 시작되면 사무장이 증거 인멸을 위해 서둘러 폐업신고를 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폐업 신고를 거부하자는 것이다.
법안의 발의자인 김원이 의원 역시 건보재정 불법 편취 등으로 수사중인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이 폐업 신고를 하게 되면 무재산 처리 돼 불법 편취액 환수가 불가능해지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김 의원은 수사 중인 의료기관이 폐업할 경우 곤련 증거자료 확보가 어려울 뿐 아니라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비용 환수에도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에 따라 의료기관에서는 의료법을 위반해 개설·운영하는 것과 관련해 영업정지처분 등 행정처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법안 발의의 이유로 들었다.
실제 지난 2020년 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에서 김 의원은 불법 사무장병원 편취액이 2조5000억원을 초과하는 대비 환수율이 낮은 점을 비판하며 수사기간 내 폐업신고 한 사무장병원의 폐업금지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사무장병원 등 불법 수사에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11개월, 최장 3년4개월인데 기간 내 폐업신고 시 막을 수 있는 행정장치가 없어 징수가 불가능하다는 게 김 의원 견해다.
이에 김 의원은 수사 중인 사무장병원, 면대약국 등의 폐업을 금지한 내용의 입법안을 조만간 발의할 방침이다. 현재 대표발의를 위한 절차를 밟는 상황으로 이달 내 국회 의안과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건보공단 역시 법안 취지에 동의한 상황으로 발의 후 심사가 시작되면 통과가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의협,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김원이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고, 목적의 정당성만을 갖고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폐업신고를 할 수 없도록 하면 의료기관 개설자는 막대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강한 반대에 나섰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의 '개설' 및 '폐업'을 신고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폐업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감염병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때에 한해 그 신고 수리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의료기관의 개설신고는 '수리를 요하지 않는 신고', 폐업신고는 감염병 차단이라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법제처는 법령해석(2009년 4월 2일)을 통해 '의원(치과의원·한의원 또는 조산원을 포함)을 개설하려는 건축물이 건축법 등 다른 법령의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에도 의료법 상 의료기관의 개설신고에 요구되는 개설신고서 및 구비서류에 하자가 없는 한 의료법 제33조제3항에 따른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수리해야 한다'라고 답해 개설신고가 수리를 요하지 않는 신고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특히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8두44302. 2018. 10. 25.)도 '정신과의원을 개설하려는 자가 법령에 규정돼 있는 요건을 갖춰 개설신고를 한 때에, 행정청은 원칙적으로 이를 수리해 신고필증을 교부해야 하고, 법령에서 정한 요건 이외의 사유를 들어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신고의 수리를 거부할 수는 없다'라고 동일하게 판시하고 있다.
◆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입법
의협은 "폐업신고가 수리를 요하는 신고(예외적인 경우만 수리를 요하는 신고)인 것에 맞춰 개설신고도 수리를 요하는 신고임을 명확하게 규정한다는 법률개정안 제안이유는 그릇된 사실이며, 아무런 근거 없이 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 권한, 즉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에 해당해 위헌적인 입법"이라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의료기관의 폐업신고도 기본적으로는 수리를 요하지 않는 신고로, 형식적 요건이 충족될 경우 행정청이 수리거부를 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감염병 역학조사와 같이 국민 건강을 위해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 한해 역학조사에 필요한 기간 동안 신고수리를 유예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헌법상 기본권 제한 원칙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 의료기관 개설자에게만 막대한 피해 감수 요구
의협은 "개정안은 폐업신고의 본질을 행정청의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간주하면서 불법의료기관의 조사 및 수사와 이를 통해 불법의료기관으로 밝혀질 경우 요양급여비용 환수 및 행정처분 등을 위해 '불법개설 혐의로 행정조사 또는 수사'를 신고 수리 거부의 사유에 추가하고 있는데, 이는 그 목적의 정당성만을 갖고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설과 마찬가지로 폐업 또한 직업수행의 본질적인 부분으로 헌법상 보호되는 기본권이며, 특히 의료기관의 경우 폐업이 제한되면 시간의 경과에 따라 막대한 금전적 손해가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특히 "불법개설이라는 의심으로 이뤄지는 조사 또는 수사는 대개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피해규모 또한 상당하다"며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보호받아야 할 피의자가 의심사유만으로 막대한 피해를 받게 될 뿐만 아니라 조사 결과 혐의가 없을 경우에 아무런 잘못 없이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불법개설된 의료기관에 대한 강력한 단속 및 처벌은 의료질서 확립 및 건강보험 재정 보호를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 이를 위해 적절하고 합리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정안과 같은 방식은 목적이 정당하다는 이유로 선량한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으며, 그 피해의 정도가 과도해 적합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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