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과실로 담관 손상...법원, 1200여만원 손해배상 인정

- 진료기록감정인의 소견에 의하더라도 외과용 클립의 사용이 원고의 담관 폐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 인정
- 의료행위에 내재된 위험성 및 과실 정도, A씨 나이 및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피고 책임을 60%로 제한

급성담낭염 수술 과정에서 담낭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환자의 담관을 손상시킨 의료진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다만 재판부는 담낭 위치를 파악하는 난이도 높은 수술에서 의료진 과실 정도를 고려, 배상책임을 60%로 제한했다.



◆ 사건 개요
A씨는 2018년 우상복부의 통증을 호소하며 서울 송파구 소재 B병원에 내원해 급성담낭염 진단을 받았다. A씨는 8월6일 병원의 외과전문의인 C씨로부터 복강경 담낭절제술(이하 '이 사건 수술')을 받았다. 병원 의료진은 이 사건 수술 당시 담낭을 절 제한 후 담낭관, 담낭관 동맥 등의 결찰(結紮) 과정에서 7개의 외과용 클립을 사용하였다.

하지만 수술을 받은 A씨는 곧 황달 증세가 나타났고, 검사 결과 총담관 부근의 협착 소견으로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전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이하 의료진)은 이날. ERCP를 시행했는데, 이 사건 수술 당시 사용된 외과용 클립 부위에서 담즙 누출이 관찰됐고, 가장 상부에 위치한 클립 부위가 협착돼 가이드 와이어의 간내 간관으로의 진입이 되지 않은 채 위 시술이 종료됐다.

의료진은 8월9일 임시조치로써 A씨에 대해 경피적 담도배 액관 삽입술를 시행했고, 8월13일 담관 조영영상을 통해 A씨의 우측 전방 담관 및 왼쪽 중앙 담관이 서로 연결돼 있는 변이가 있고, 여러 외과용 클립들이 폐문 부위를 물고 있으며, 클립과 담관 사이의 틈으로 담즙이 누출되고 있음이 관찰됐다. 의료진은 9월20일 A씨의 담관 손상에 대한 조치로 간공장 문합술을 시행했다.


◆ A씨, 병원측에 손배소 제기
A씨는 이에 B병원에 손배소를 제기했다. A씨 측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이 사건 수술 당시 담관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수술 도중 담관 손상을 방지하였어야 함에도 위 수술 과정에서 담관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외과용 클립을 사용함으로써 담즙 유출 및 담관 폐쇄의 결과를 초래했고, 위 수술 이후 A씨의 복통 및 황달 증세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치료 및 전원 조치를 게을리 했으며, 위 수술 당시 위와 같은 합병증의 발생가능성 및 개복수술의 선택가능성에 관해 설명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진료기록감정결과 이 사건 수술 당시 A씨에게는 급성담낭염을 제외한 다른 병력 또는 이상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 또 수술기록지 등을 참고할 때 외과용 클립의 사용이 A씨의 담관 폐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음이 확인됐다. 법원은 복강경 담낭절제술 이후 담즙 누출은 담관 손상, 담관 변이, 클립 오류 등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할 수 있음을 파악했다.


◆ 법원, 수술 과정에서 의료진의 클립 사용 오류 인정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판사 김범준)는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이 사건 수술 이후 A씨에게 복통 및 황달 증세를 확인한 뒤 영상검사를 시행했고, ERCP 시술이 가능한 상급병원으로 A씨를 전원했다”며 “ERCP 시술의 경우 합병증 발생율이 약 2% 내지 7% 정도로 보고되고 있고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도 있으며 위 시술에 대한 의사의 숙련도가 중요한 시술이므로, 피고 병원 의료진이 ERCP 시술 경험이 많은 상급병원으로 원고를 전원 조치한 것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담관이 손상된 점에 관해선 “이 사건 수술 직후부터 A씨에게 복통 및 황달 증세가 나타났고, 분당서울대병원에서의 2018년 8월8일자 ERCP 시행 및 2018년 8월13일 담관 조영영상을 통하여 수술 당시 외과용 클립이 사용된 부위에서 담즙 누출이 관찰됐다”며 “이는 피고 병원 의료진의 수술 과정에서의 클립 사용 오류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ERCP 시행 결과 상부에 위치한 클립 부위의 담관 협착이 발견됐고, 진료기록감정인의 소견에 의하더라도 외과용 클립의 사용이 원고의 담관 폐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인정할 수 있는 점, 복강경 담낭절제술의 경우 담관 손상 등을 포함한 합병증 발생율은 약 0.1 내지 0.6%에 불과하고, 이 사건 수술 당시 담관 손상이 불가피했다고 볼 만한 뚜렷한 자료도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이 사건 수술 당시 외과용 클립의 잘못된 사용으로 인해 담즙 유출 및 담관 폐쇄의 결과를 초래한 과실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로 인해 A씨는 간공장 문합술을 시행받아야만 함으로써 기존의 담관을 제거해야만 하는 피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피고 병원 의료진의 사용자로서 A씨에게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다만 이 사건 의료행위에 내재된 위험성 및 과실 정도, A씨 나이 및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피고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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