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문재인 케어 저격?...MRI 심사부실로 건보 재정 낭비 확인

- 고액의 사업 소득을 축소하는 수법으로, 직장에 다니는 자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고소득·미등록 사업자’ 사례도 다수 적발
- 정부가 뇌 MRI 등의 ‘과잉 검사’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 국민이 낸 보험료가 낭비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 정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대한 특감을 벌인 결과 폐쇄적 결정구조와 부실 심사 등으로 건보 재정 과다 지출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 사실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 문재인 케어의 공과 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문재인 케어’는 현 정부 핵심 보건·복지 사업으로, 후보 시절부터 건강보험 보장률을 임기 내 70%까지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취임 직후인 2017년 8월9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문재인 케어 도입으로 비급여 진료를 급여화(건강보험 적용)하고 노인·아동·여성·저소득층 등의 의료비를 대폭 낮췄다. 선택진료비 폐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상급병실(2·3인실) 건강보험 적용, 치료에 필요한 초음파·MRI 검사 건강보험 적용 등이 문재인 케어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문재인 케어 도입 이후 4년 동안 건강보험 보장률은 62.7%에서 66%로 3.3% 포인트 상승했다. 또 보장성 대책으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약 3700만명의 국민이 9조 2000억원의 의료비 경감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문 대통령이 내세운 건강보험 보장률 목표치(70%)에는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 수지 악화는 점점 심화됐다. 2018년부터 2020년 3년간 3조 5552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2조 8229억원이 늘어 흑자를 기록했으나, 이는 ‘문재인 케어’ 도입 이후 급증하던 건강보험 급여 지출이 코로나19로 둔화됐기 때문이라고 해석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적자 악화는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건강보험료는 문재인 케어 도입 이후 2018년 2.04%, 2019년 3.49%, 2020년 3.20%, 2021년 2.89% 등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 감사원, 뇌 MRI 등 ‘건강보험 보장 확대 항목’ 전반에서 재정 낭비 확인
감사원은 2018년부터 적자로 전환된 건보 재정에 부담을 초래하는 구조적 문제 해결과 지속가능성 향상을 이유로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은 ▷재정 운용, 관리 체계 ▷보험 급여 지출 구조 ▷수입 확충 등을 감사 중점사항으로 두고 집중 점검했다.

이를 토대로 감사원은 지난달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건강보험 재정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 내용을 보고했다. 차승훈 인수위 부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감사원은 건강보험이 다른 사회보험과 달리 외부 심의가 없는 보험정책 결정구조의 폐쇄성, 뇌 MRI 등 보장확대 항목 심사 부실로 의료비 과다지출, 고소득 미등록사업자 피부양자격 인정 등의 문제점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는 현 정부 들어 건강보험이 적용된 대표적 항목인 뇌 MRI 등 ‘건강보험 보장 확대 항목’ 전반에서 재정 낭비가 있었다는 뜻이다. 사실상 ‘문재인 케어’를 직격한 감사 내용을 인수위에 보고한 것이다. 감사원은 현재 ‘문재인 케어’로 인한 재정 과다 지출액의 규모 등을 산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과정에서 고액의 사업 소득을 축소하는 수법으로, 직장에 다니는 자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고소득·미등록 사업자’ 사례도 다수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연간 3400만원을 넘는 소득이 있으면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당하는데, 사업 소득이 이를 훌쩍 넘는 ‘가짜 피부양자’들을 복지부 등이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또 “건강보험은 다른 사회 보험과 달리 외부 심의가 없는 폐쇄적인 보험 정책 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고 인수위에 보고했다. ‘문재인 케어’ 사례처럼 건강보험 적용 범위, 수가 등 보험 정책의 큰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 정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걸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 문재인 케어 시행 후 뇌 MRI 촬영 사례 급증

그런데 시행 초기부터 의료계를 중심으로 ‘건강보험 재정 낭비’ 우려와 함께 ‘속도 조절론’이 나왔다. 중환자실, 외과 수술, 소아 심장 수술처럼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곳에 재정을 우선 투입하고, 전반적 보장성 확대는 점차적으로 늘려가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보장성 확대에만 치중할 경우 시급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보험 적용이 되는 고가의 검사를 받으려 해 재정 누수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실제 ‘문재인 케어’ 시행 후 두통 환자들까지 뇌 MRI를 찍는 사례가 급증했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작년 8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두통으로 뇌 MRI를 촬영한 환자는 7899명이었다. 그런데 2018년 10월 ‘뇌 질환 MRI 검사’의 건강보험 적용 후 환자 부담은 기존 38만~66만원에서 9만~18만원으로 줄었다.


그러자 2019년엔 뇌 MRI 검사 인원이 10만6698명으로 2017년 대비 13배 폭증했고, 2020년에도 8만2082명에 달했다. 수요가 폭발하자 입원 환자들은 새벽 3시에 자다가 일어나 MRI를 찍고, 외래 환자들은 새벽 5시에 촬영을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한다. 국내 MRI 장비도 ‘문재인 케어’ 시행 3년 만에 279대 늘어 1775대가 되었는데, 이는 인구 대비 세계 최다다.


◆ 과잉 검사로 건보 재정 누수

감사원이 이번에 ‘뇌 MRI 등 건강보험 보장 확대 항목의 심사 부실로 의료비가 과다 지출됐다’고 한 것은 정부가 이런 ‘과잉 검사’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 국민이 낸 보험료가 낭비됐다는 뜻이다. ‘문재인 케어’의 재원을 대기 위해 건강보험료율은 계속 올랐다. 2018년 2.04%, 2019년 3.49%, 2020년 3.2%, 작년엔 2.89% 인상됐다. 박근혜 정부 때는 최대 인상 폭이 1.7%였다.


감사원 안팎에선 “진작에 해야 할 감사를 또 정권 교체기에 해서 불필요한 논란을 빚게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직 감사원 간부는 “애당초 문제 제기가 많았던 이 사업 감사를 더 빨리 했다면 국민 세금이 낭비되는 사례를 상당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감사원이 눈치를 보다가 정권 힘이 빠질 때 정권 역점 사업을 감사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감사원은 현재 이 감사 내용을 정리 중이다. 감사 결과는 새 정부 출범 후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뇌 MRI의 경우 그렇게까지 과다하게 재정이 투입되진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최종 발표하면 그 내용을 보고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또 복지부가 고소득 사업자 등 ‘가짜 피부양자’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국세청과 함께 피부양자의 정확한 소득 파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고, ‘건강보험 정책 결정 구조가 폐쇄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보험 수가, 적용 범위 등을 결정하는 복지부 소속 건강보험정책심의위에는 관련 단체와 의료 협회 관련자 등 외부 인사가 다수 참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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