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폐업 방지법의 문제점...무죄일 경우 막심한 경제적 피해는 누가 보상?

- 장기간 폐업을 하지 못하는 경우 임대료 채무 등의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어...이런 경우 구제 방안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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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때문에 폐업도 못 하고 강제로 운영...적자 손해 감당은 부당". 일명 '사무장병원 폐업 방지법'과 관련한 이슈가 의료계 내부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사무장병원이란 의사 면허가 없는 병원장이 운영하는 불법 개설 병원을 말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최근 국회에서는 의심 사무장병원을 적발하면, 당국에서 '폐업 금지' 조처를 해 조사 회피를 막겠다는 내용이 담긴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조사 대상 병원이 무죄일 경우 막심한 경제적 피해를 볼 수 있어 억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무장병원 의심 병원에 대한 폐업 금지 내용이 담긴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사무장병원 수사 기간이 짧게는 11개월에서 길게는 3~4년 이상 소요돼 그사이 실소유주가 폐업 후 처벌을 회피하는 문제가 심각하다"며 "폐업 신고를 악용하는 사례를 근절시키기 위해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선 조사 기간도 평균 1년~2년가량 소요되는 데다 경제적 사정으로 폐업을 계획 중이던 병원이 무죄로 입증되면, 자칫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폐업을 원하는 병원이 조사 때문에 폐업 신고를 하지 못하면 필수 지출 금액이 밀려 적자가 산더미처럼 쌓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병원협회 또한 각 병원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에 나섰다. 협회는 최근 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장기간 폐업을 하지 못하는 경우 임대료 채무 등의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런 경우 구제 방안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의심 사무장병원을 조사·적발하는 보건복지부(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폐업 방지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사가 시작되기 전 폐업 신고를 함으로써 범죄를 은닉하는 경우가 많아 보건당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복지부가 발표한 '불법 개설 의료기관 폐업 현황'에 따르면 2021년 11월 기준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된 병원은 1437개소에 달했다. 이 가운데 '부당이득금 환수 결정' 조처가 내려지기 전에 폐업한 곳이 79.6%(1144개소)로 집계됐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사무장병원을 적발하면 부당이득금 환수 결정 조처를 내리는데, 대부분이 그 전에 폐업한다"며 "이렇게 되면 그 이후 행정조치를 내릴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적발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병원 설립 과정에서 진입 단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는 "사무장병원을 적발해 부당이득금을 환수하고 사회 전반의 의료 기관에 대한 신뢰도 제고도 중요하지만, 사전 예방이 더 필요하다. 사무장병원 개설 이후가 아닌 진입 단계부터 설립 절차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대한병원협회 측은 의심 사무장병원에 대한 조사 기간, 경영 지원을 통해 경제적 피해를 당국이 줄여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사무장병원은 분명 불법"이라며 "조사를 하는 것은 좋지만, 기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최종 무죄 판결이 나면 조사 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피해에 대해 지원해주는 내용도 법 개정안에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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