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총경의 난’… 행안부 경찰국 사태 확전

- 총경 190명 “경찰국 반대” 집단행동
- 회의 주도한 류삼영 서장 대기발령
- 대통령실 “총경 회의, 부적절 행위”

지역 치안을 총괄하는 경찰서장인 전국 총경 630여 명 중 190여 명이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사상 초유의 집단행동에 나섰다. 경찰청이 이와 같은 행동을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을 지난 23일 대기발령 조치하고 56명의 총경에 대해 감찰에 착수하자 내부의 반발이 오히려 더 심해졌다.




경찰 조직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총경들이 모여 한 목소리로 집단행동을 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인데, 거기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부적절한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경찰국 신설을 둘러싸고 발생한 갈등은 확전 될 조짐이다. 내부에서는 인사청문회를 앞둔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퇴진 요구까지 나오면서 윤 후보자의 리더쉽은 제대로 취임하기도 전에 시험대에 올랐다.

190여명의 총경은 23일 충남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에서 회의를 개최하고 4시간의 논의를 거쳐 경찰국 신설에 관한 법령 제청 절차를 당분간 보류하고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논의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356명의 총경도 무궁화 화분을 보내 동참 의사를 밝혔다.

총경들의 경찰국 신설 반대는 상징성이 매우 크다. 경찰 내 직급으로 보면 치안총감 – 치안정감 – 치안감 – 경무원 다음으로 초고위직은 아니지만 전국 일선의 경찰서장을 맡아 300~1000여명 가량의 경찰을 지휘하고 지역 치안을 책임지는 보루이기 때문이다. 특히 승진과 같은 인사고과에 민감한 계급 조직에서 간부급 인사들이 집단으로 인사권을 쥔 지휘부와 행안부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행동을 취한 것은 그만큼 사안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들이 행동에 나선 것은 경찰국 신설과 더불어 경찰지휘 규칙이 제정되면서 행정안전부의 입김이 강해져 일선에서의 지휘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이런 집단행동에 경찰 수뇌부가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 경찰 내부망에는 “장관과 대통령만 바라보는 청장을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 대기발령을 정상 발령으로 바로잡을 용기조차 없다면 스스로 물러나시길 촉구한다”는 글이 게시되었다. 회의 참석 사실을 ‘자수’하면서 “나도 대기발령 해 달라”, “명단을 파악할 필요 없다. 나도 참석했다”는 글도 잇따랐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다가 울산경찰청 공공안전부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로 대기 발령된 류삼영 총경을 위로하기 위한 모금 운동 계좌와 함께 직무정지 가처분신청도 진행하겠다는 글도 올라왔다. 류 총경은 “이번 조치는 인사권 장악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보여주고 있다. 칼만 휘두르면 머리를 숙일 줄 아는 모양인데 우리는 목을 내놓고 하고 있다. 더 큰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날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국 서장회의를 ‘부적절한 행위’로 규정하면서 경찰 내부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김 실장은 “공무원 35년을 해온 과거 경험으로 봐서도 부적절한 행위가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에는 힘이 센 3개의 청이 있다. 검찰청, 경찰청, 국세청”이라며 “경찰청은 법무부 검찰국이 있고 국세청은 기획재정부 세제실이 있는데 경찰만 없다”며 경찰국 신설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대통령 지시사항이 있었는지를 묻자 “대통령이 나설 사항은 아니다” 며 “기강에 관한 문제도 있고 하니 경찰청과 행정안전부, 국무조정실에서 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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