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물가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을 위해 대중교통 이용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독일에서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9유로티켓’을 본뜬 버스 및 지하철 무제한 이용권이나 대중교통 이용료를 50% 환급해 주는 방안이 유력하다.

4일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다음 주 선제적으로 발표할 ‘추석민생대책’에 서민 대중교통 부담 완화 방안을 포함하는 것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독일의 ‘9유로(약 1만 2000원) 티켓을 본떠 일정 금액으로 한 달 동안 버스 및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교통패스 발급을 검토 중이다. 지난달 21일부터 열흘 동안 대통령실이 집계한 ‘국민 제안 TOP 10’에도 ‘9900원 K-교통패스 도입’이 포함되기도 했다.

실제로 독일 정부는 고유가, 고물가에 대응 차원으로 ‘9유로 대중교통 프리패스’를 발행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전체 국민 중 4명 중 1명은 해당 이용권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교통 이용료를 50% 환급해주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올려놓고 들여다보는 중이다. 무제한 교통패스 도입이 상대적으로 재원 부담이 커 불발될 때를 대비한 대안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달부터 5개월 동안 대중교통 이용료 50% 환급 법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국회 민생경제특별위원회의 주요 안건에도 포함되어 있다. 정부 당국도 여러 경우의 수를 놓고 시물례이션 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와 정치권 모두 서민 대중교통 이용료의 부담을 낮추는 방안에는 긍정적이지만 관건은 재정확보이다. 독일의 경우 9유로 티켓 운영에 25억유로(약 3조 3400억원)를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도 교통패스 도입 시 수조 원의 재정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률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대중교통 할인 정책을 펴는 것이 맞냐는 의문이 있다”면서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서민이나 장년층에게 혜택을 주는 방향이 맞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재원 마련 계획이 쉽지 않아 교통패스가 도입되더라도 월 9900원보다 이용료를 다소 높게 설정할 수 있으며 대상이나 시기를 한정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무제한 교통패스나 50% 환급 방안 모두 재원 마련이 문제”라며 “특히 교통패스는 대규모 재정이 수반되어야 하므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외국과 달리 예산도 경직돼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지 않고서는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