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기록부를 위조하는 것이 의사 면허 취소 사유가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위조사문서행사죄는 의료법에 규정된 의료인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최근 산부인과 의사 A씨의 면허 취소 처분을 취소하라는 원심판결에 불복하여 보건복지부가 제기한 상고를 기각했다.

의사 A씨는 지난 2015년에 태어난 영아가 저산소성 허혈성 뇌 손상을 입자 본인 과실을 덮고자 위조한 간호기록부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제출했다. 검찰에 기소된 A씨는 상소심까지 간 끝에 지난 2020년 업무상과실치사 부분에서는 무죄를 받았지만 사문서위조와 위조 사문서행사죄, 중재원에 대한 업무 방해죄가 인정되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의사면허가 취소됐다.

A씨는 의사 면허를 취소한 복지부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까지 3심 모두 승소하며 면허를 회복했다. 복지부는 간호기록부를 위조해 행사한 A씨가 의료법이 정한 의료인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그 범위를 허위진단서 등으로 제한해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의료법 제8조 제4호에서 의료인의 결격사유로 규정한 범죄 중 형법 제234조를 제외한 나머지 범죄 모두 보건의료와 관련된 범죄”라며 “형법 제347조에서 사기죄 중 진료비 청구와 관련된 범죄행위에 대해서만 결격사유가 된다고 제한한 점 등을 미뤄볼 때 의료법 제8조 제4항의 취지는 ’보건의료와 관련된 법령을 위반한 범죄‘를 저지른 자로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만약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를 의료인의 결격사유로 정하고자 했다면 형법 제231조 역시 의료법에서 규정하는 결격사유에 포함하고 제347조처럼 ’보건의료와 관련된 문서에 한한다‘는 취지의 제한을 걸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은 이어 “의사 A씨가 간호기록부를 위조 및 행사한 것 역시 보건의료에 관련된 범행이라고 볼 여지가 있으나 간호기록부는 형법 제233조에서 정한 허위진단서 등 문서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보건의료에 관련된 사문서를 위조하고 행사한 경우를 의료인의 결격사유로 규정하는 별도의 입법이 없는 이상 이를 사유로 하는 의사 면허 취소는 불가능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런 판결에 법리에 대한 오해 등 잘못이 없다고 보고 만장일치로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