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증응급 의료진 휴가 정비”, 의료계 “실효성 없다” 반발

- 정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중증응급 의료진 휴가 규정 재정비 지시
- 병의협 “구색 갖추기 대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 촉구

정부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일선 병원에 중증응급 의료진 휴가 규정 재정비를 지시하자 의료계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며 반발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아산병원 현장 조사 이후 전국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중증응급 의료진 휴가 관련 원내 규정을 정비하고 환자의 전원과 이송체계를 점검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의료계와 현장에서는 인력을 쥐어짜 내는 것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16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황당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면서 보다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병의협은 “이번 복지부의 대책은 의료진의 휴가 사용을 제한해서 진료에 문제가 없도록 강요하고 이런 일이 다시 이슈화되지 않도록 의료기관 자체적으로 환자 이송과 전원을 잘 수행하라는 경고”라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지금도 필수의료와 중증응급 분야 의료진은 과도한 업무량과 낮은 수입으로 지원자가 급감해 인력이 부족해 제대로 쉴 수도 없다” 면서 “인력 증원이나 수가 인상과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신 마음껏 휴가 갈 권리조차 박탈하면 지원자는 더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증응급 환자 전원과 이송체계 구축을 강조하면서 규제를 암시하는 행동은 상당수의 병원이 인력과 병상 부족을 핑계로 환자를 기피하는 현상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병의협은 국회의 행보도 질타했다. 지난 10일 응급뇌혈관 의료체계 관련하여 토론회가 열렸지만 근본 원인은 짚지 않고 구색 갖추기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병의협은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은 뇌혈관 외과 영역이 턱없이 낮은 수가와 강도 높은 업무량으로 지원자가 감소하고 병원이 전문의를 채용하는 것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라면서 “국회는 필수 인력 전 영역을 대상으로 낮은 수가를 개선하고 전문의 육성과 채용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는 정답이 없고 불편하니 오답을 정답처럼 포장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있다”면서 “실효성이 떨어지는 대책 남발은 중지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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