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예약 가능한 신규 환자 30명, 선착순으로 명단에 이름 작성하는 방식
- 예약 경쟁 치열해지자 대리 예약업체 생겨나, 대행비 7~9만원 받고 대신 예약
- 몰랐던 환자들 헛걸음... 경찰·변호사 “대리 예약 불법 근거 없다”
만성 이명증을 앓고 있던 A씨는 지난달 29일 전국에서 이명 치료를 잘하는 곳으로 소문이 나 예약이 어렵다는 대구 수성구의 한 유명 신경과 이야기를 듣고 새벽 5시에 병원을 찾았지만 이미 예약이 꽉 차 헛걸음을 해야 했다.
발걸음을 쉽게 되돌리지 못하던 A씨는 상당수의 환자가 예약대행업체에 웃돈 7~9만원을 주고 예약한 것을 알게 됐다. A씨는 “한 젊은이가 여러 명의 환자 이름을 적는 것을 보고 물어보니 예약대행업체라고 했다”면서 “이런 업체를 모르는 환자들은 무작정 기다리다가 헛걸음하고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냐”고 토로했다.
대구 유명 신경과 병원을 둘러싸고 대리 예약 공방이 생겨난 것은 10년 전으로 환자들은 웃돈까지 들여가며 진료 봐야 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법률이나 규제가 없다.
해당 병원은 당일 선착순으로 예약을 받고 있으며, 하루에 예약할 수 있는 신규 환자를 3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도착한 순서대로 병원 1층 대기실에 붙여진 대기 명단에 이름을 적고, 오전 7시쯤 의료진이 순서대로 호명한 뒤 진료를 받는다.
이곳에 예약대행업체가 생겨난 것은 약 10년 전쯤으로, 예약 경쟁이 과열되고 결국에는 전날 저녁 9시부터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 생기자 일부 대행업체들이 대행비 7~9만원을 받고 대신 줄을 서주고 있는 것이다. 현재 활동 중인 예약대행업체는 2곳이다.
한 대행업체 관계자는 “아픈 환자들을 대신해 고된 일을 하고 대가를 받는 것이다”라며 “접수를 못 하는 다른 환자들을 위해 하루에 최대 3명만 대리 예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환자들이 예약 대행에 문제가 있다고 호소해 왔지만 예약 대행은 불법이 아니라 활동을 막을 근거가 없다. 의료법에 따라 ‘대리 처방’은 처벌할 수 있지만 ‘대리 예약’에 관한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대구의 다수의 경찰과 변호사들은 “예약은 병원이 자율적으로 방식을 정하는 것”이라며 “병원이 대리 예약이 불가능하다고 방침을 내리고 공지하였는데도 대리 예약을 한다면 업무방해가 성립될 수 있으나 그게 아니라면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병원을 관리하며 이 구역을 담당하고 있는 수성구보건소 역시 병원 측에서 직접 대행업체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국제의료평가위원회(JCI)에도 예약 시스템이 문제가 있는지 물어봤으나 예약 방법은 병원 자체의 내규로 진행되는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응급환자의 경우에만 예약과 상관없이 우선적으로 진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의사회 측은 “해당 시스템을 조사해보고 수정이 필요한 게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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