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이후 영화관람료 수직 상승, 일반관 기준으로 1만 4000원~1만 5000원
- 비싼 관람료 탓에 극장 방문 신중, 호평받는 대작이 아니라면 관람 외면
- ‘경양난’ 영화관들, 요금 인하에 난색... 영진위 “청년 할인권 등 대책 마련”
코로나19 유행 사이에 영화 관람료가 세 차례에 걸쳐 가파르게 오르면서 영화관 방문을 부담스러워하는 관람객들이 늘었다. 영화 관람료는 CGV 기준으로 2020년 10월 1만 2000원(이하 주말 일반관 기준)에서 1만 3000원으로 8.3% 올랐다. 지난해 4월과 올해 4월 각각 1000원씩 더 올라 현재는 1만 5000원이다.
영화 관람료가 2001년 8000원 수준에서 2016년 1만 1000원으로 3000원이 오르는 데 15년이 걸렸지만 2018년 4월 1만 2000원으로 올린 관람료가 1만 5000원이 되는 데까지는 불과 4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16일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을 찾은 20대 A씨는 그의 여자친구와 이날 평일 관람료 2만 8000원(2인) 핫도그와 콜라를 구입한 1만 1500원을 합쳐 4만 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불했다. A씨는 “관람료가 비싸다 보니 영화 관람을 예전보다 망설이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2인 주말에 영화를 보면 팝콘이나 간식거리를 포함해 4만 원이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만원인 IMAX관 등 특별관에서 관람하면 5~6만원이 나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여름 성수기 개봉한 한국 영화 ‘빅4’ 중 ‘비상선언’과 ‘외계+인’이 흥행에서 쓰디쓴 실패를 맛본 원인 중 하나로도 높은 관람료가 지목된다. 비싼 관람료 탓에 관객들의 눈이 높아졌고, 초반 입소문이 좋지 않으면 아예 보러 가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화려한 볼거리, 빈틈없는 만듦세 등으로 중무장해 호평이 쏟아지는 대작이 아니면 외면을 받는 분위기다.
호평을 받는 ‘한산: 용의 출현’의 경우 개봉 22일째인 17일까지 631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과거 ‘대박’의 상징이었던 1000만 영화들에 비해서는 흥행 속도가 느린 편이다. ‘헌트’ 등 대작 4편이 줄줄이 개봉한 영향도 있지만 관람료 여파를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높은 관람료의 영향으로 관람객들의 영화관 방문이 어느 때보다 신중해지면서 향후 1000만 영화는 더 희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 한 편 관람료가 세계 각국 영화와 시리즈로 가득한 넷플릭스의 한 달 구독료(스탠더드 기준 1만 3500원)와 맞먹는 만큼 굳이 영화관에 갈 필요를 못 느낀다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는 점 역시 1000만 영화의 탄생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이다.
커지고 있는 관람료 인하 여론에 영화관들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CGV와 롯데시네마는 지난해 각각 1634억 원, 1224억 원에 달하는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CGV 매출 중 티켓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6%였다. 영화관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2분기 각 극장사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되었지만 워낙 부채 규모가 막대해 관람료를 내릴 수 없다”고 했다.
관람료를 내리기 어렵다면 할인 혜택 등의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박기용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높은 관람료가 장기적으로 영화계를 침체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한다”면서 “청년 할인권 발급 등을 통해 관람료를 내리지 않고도 영화관에 더 많은 이들이 갈 수 있게 하는 보조 방안을 강구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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