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를 잡겠다더니 금리 ‘찔금’올린 한국은행

- 사상 처음으로 4월, 5월, 7월에 이어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
-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6%대를 넘어서고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으로 외국인 자금유출, 원화약세 압력 등 기준금리 인상 불가피해

2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P를 더 올렸다. 4월과 5월, 7월에 이어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넘어섰고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출,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진 상황이라 불가피한 조치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금통위가 이날 기준금리를 더 올린 것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까지 커진 데다 아직 물가가 정점을 찍었다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7월 소비자 물가 지수(108.74)는 외식·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뛴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11월 6.8% 이후 23년 8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물가뿐 아니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도 ‘역전’된 상태여서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지난 27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를 0.75%P 이상 인상)을 밝으면서 미국의 기준금리가(2.25%~2.5%) 한국(2.25%)보다 높아졌다.

한국은행으로서는 기준금리 인상 격차를 좁혀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 환율 변화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등의 위험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 23일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1345.5원까지 뛰는 등 다시 불안한 흐름을 보이면서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환율 방어 차원에서라도 기준금리를 높여야만 했다.

급격환 원화 약세를 방지하면 자금 유출 위험이 커질 뿐만 아니라 수입 제품의 원화 확산 가격이 더 올라 물가 오름세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3일 빅 스텝을 결정하면서 상당수 금통위원도 비슷한 근거로 이미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하지만 금통위는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빅 스텝을 밟지는 않았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 뿐만 아니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도 최근 경기침체 가능성 때문에 연준이 내년 중반께 통화 긴축 기조를 멈추거나 완화 쪽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이런 부분이 한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 역전 상황도 어느 정도 불가피했으며 지금 빅 스텝을 다시 한 번 밟는다고 역전 상태가 완전히 깔끔하게 해소되기도 어렵기 때문에, 현 시점의 빅 스텝은 득보다는 실이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연준이 9월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이 아니라 빅 스텝(0.5%P) 정도로 속도를 조절할 것 같다. 물가 구경도 미국에서 다소 꺾였고, 국제 유가나 원자재 가격도 조금 떨어진 만큼 굳이 한국은행은 금통위가 빅스템을 고집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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