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법, 의료법 위반 주장한 검사 항소 기각
- “거짓 기재가 고의성이 다분하다고 볼 수 없고 증거도 충분하지 않아”
검사 일자를 다르게 기재해 진료기록부를 허위 작성한 안과 의사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1심과 2심 모두 무죄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에게 무죄판결을 내린 원심에 불복하여 검사 측이 제기한 항소를 증거불충분으로 기각했다.
안과의사 A씨는 지난 2018년 백내장 수술에 필요한 레이저 생체계측검사를 미리하고도 마치 수술 당일에 진행한 것처럼 진료부를 사실과 다르게 작성해 의료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검찰 측은 A씨가 이렇게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한 환자가 1년 사이에 82명에 육박한다고 주장했다. 그 증거로 검사 일자가 다르거나 빠진 생체계측검사 결과지와 수기로 작성한 종이 차트, 전자 차트 그리고 진료비 명세서 등을 지출했다.
그러나 1심과 2심 재판부는 검사 결과지와 수기로 작성한 종이 차트만 진료기록부로 인정하고, 이것만으론 의료법 위반을 입증할 수 없다고 판시하며, 고의성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검사 결과지에 기재된 검사 일지는 실제 검사일과 일치하며, 수기로 작성한 차트의 대다수의 경우 환자의 검사일과 기재 일자가 동일하다. 일부 빠진 경우도 다른 문서에서 검사일 확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사일이 다른 경우에도 백내장 수술 과정에서 생체계측검사 외 다른 검사도 실시했으므로 ‘검사 일자’ 항목이 문제가 된 생체계측검사 일자라고 특정해 허위 기재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또한 다른 문서로 확인이 가능하다”면서 “의사 A씨가 수기 작성 과정에서 특정 목적을 가지고 고의로 허위로 기재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검찰이 제출한 전자 차트와 진료비 명세서 등은 진료기록부로 분류하지 않았다. 여기에 검사일을 잘못 기재했다고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당시 의사 A씨가 작성한 전자 차트는 본인을 비롯해 다른 의사의 공인전자서명이 없다. 따라서 의료법에서 정한 진료기록부라고 볼 수 없으므로 여기에 검사일이 잘못 기재했다고 해서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진료비 명세서와 영수증 등은 환자의 계속적 치료에 쓰거나 다른 의료인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목적도 아니고 의료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진료기록부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 원심 무죄 판결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검사 항소에 이유가 없다면서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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