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인재근 의원, 뇌전증 검사‧수술 장비 부족 지적
- 2021년 수술 건수 겨우 145건, 모든 ‘수술 대상 환자’ 수술받으려면 260년 걸려
- 뇌전증 복지 예산 7억원 수준... 사실상 무관심 수준
국내 뇌전증 환자들이 국가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 수술을 받기 위해선 해외로 떠나야만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안재근 의원은 보건복지부 관련 자료를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과거 ‘간질’이라고 불렸던 뇌전증은 신경계 질환 중 사망원인 2위로 꼽힌다. 뇌전증 환자의 급사율은 일반인의 10배가 넘으며 20~45세의 젊은 뇌전증 환자로 범위를 좁히면 일반인에 비해 27배가 높다.
하지만 뇌전증 환자의 약 70%는 약물 복용으로 발작을 멈출 수 있고, 나머지 30%도 수술을 통해 개선할 수 있어 적절한 치료와 사후 관리를 통해서 증상을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뇌전증 환자의 생활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일례로 장애인으로 등록한 뇌전증 환자의 경우, 우울증과 불안장애, 자살 조사망률, 취업률 등의 지표가 전체 장애인의 평균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실태는 뇌전증 환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턱없이 적기 때문이라는 것이 인 의원의 주장이다. 인 의원이 복지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뇌전증 환자 수는 36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중 3개 이상의 항경련제를 복용함에도 한 달에 1회 이상 발작이 발생하는 중증 난치성 환자는 4만 4,670명이며 수술이 필요한 대상 환자는 3만 7,990명이다. 비디오뇌파검사 등 검사를 받고 수술을 대기하고 있는 환자는 약 1,000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실시되는 연간 뇌전증 수술 건수가 환자 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우리나라 뇌전증 수술 건수는 145건으로 200회도 채 되지 않는다. 2021년 수술 건수를 토대로 단순 비교하면 모든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수술받으려면 약 260년이 걸리는 것으로 계산되고 있다. ‘수술 대기 환자’로 범위를 좁혀도 수술을 받으려면 6~7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우리나라의 뇌전증 수술 건수가 적은 이유는 수술 병원과 장비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뇌전증 수술이 가능한 병원은 6곳이며, 그중에서도 수술이 가능한 의사는 겨우 9명에 불과하다. 뇌전증 수술을 보조해줄 수 있는 로봇 수술 방식도 존재하지만 보유하고 있는 뇌전증 수술 로봇은 2대에 불과하다.
인 의원은 이에 대해 “ 뇌전증 전문가들은 많은 뇌전증 환자들이 검사와 수술을 위해서 일본 등 해외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면서 “지난해 복지부의 치매 지원 예산은 2,000억이 넘지만 뇌전증 지원 예산은 7억여원에 그쳤다. 뇌전증 환자 수가 치매 환자 수의 절반 가까이 되지만 지원 예산은 300분의 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인 의원은 “뇌전증 전문가들은 50억 원의 지원만 있으면 국내 환자와 가족들이 느끼는 고통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호소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배경”이라며 “2020년 문재인 정부 시절 뇌자도 장비와 수술 로봇 1대씩을 지원하는 예산이 반영됐지만 국가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인 의원은 “아직도 많은 사회적 낙인과 왜곡된 시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복지부는 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과 증상을 개선하기 위한 예산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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