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부 “음주의 영향으로 다소 우발적인 폭행 행위였다는 점 참작”
- 대한병협, 복지부 주관 TF 회의에서 주취자 감형 원천 제한 요구
지난 16일 술에 취해 의식을 잃어 신고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를 통해 병원 응급실로 실려 온 후 별다른 이유 없이 의사들을 폭행하며 난동을 피운 피고인에게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한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주취자 감형이 적용된 것으로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주취자 감형은 형법 제10조 2항에 따라 술을 마시고 취하면 심신장애 상태가 되어 책임 능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처벌을 감경해주는 것이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응급실 범죄에 관해서는 주취자 감형을 원천적으로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월 오후 9시쯤 술을 마시던 중 기절하여 119 구급대를 통해 대구에 있는 A 병원 응급실로 호송된 B씨는 술에 취해 특별한 이유 없이 화를 내며 그곳에 있던 의사 C씨의 목을 손으로 가격하고 안경과 마스크를 강제로 벗겨 이 과정에서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안면부 타박상을 입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의사 D씨에게도 얼굴을 팔로 가격해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안면부 타박상을 입히고, 이를 제지하던 의사 E씨에게도 얼굴을 발로 가격했다. 이 과정에서 E씨가 뒤로 넘어지면서 약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요추의 염좌 등의 상해를 입혔다.
응급의료에관한법률 제60조에 따르면 의료기관의 응급실에서 의료종사자를 폭행해 상해를 입혔을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상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중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며,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재판부(대구지방법원)는 “응급실은 긴급한 환자들의 생명과 관련된 치료가 적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곳으로 의료 종사자들의 의료행위는 엄격히 보호되어야 하는바, 응급실 근무 의사 3명에게 상해를 가한 피고인의 행위는 죄책이 무겁다”라며 “피고인은 폭력범행으로 2차례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을 포함하여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특히 상해죄로 인한 누범기간 중에 있었음에도 자숙하지 않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그 죄책에 상응하는 중한 처벌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미 2019년 6월에 동 법원으로부터 상해죄로 징역 4월을 선고받고 같은 해 10월 그 형의 집행이 종료돼 누범 전력이 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음주의 영향으로 다소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렀다고 봤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피고인이 범행을 시인하고 잘못을 반성하는 점, 협심증 증세와 음주의 영향으로 다소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피고인이 스스로 입원하여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재범 방지를 위한 노력을 보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라며 주취자 감형의 취지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한편,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8일 병협 회관에서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TF’ 1차 회의에 참여해 응급실 범죄와 관련해 주취자 감형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병협은 법·제도 개선사항으로 ‘의료법’,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통해 ▼반의사불벌 규정 삭제 ▼주취자 감형의 원천적 제한 ▼가중처벌 적용 ▼응급실 등 의료기관 내 폭행·폭력 사건 신고 활성화 ▼응급의료 방해 금지 대상 확대 및 적극적 대응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응급실 출입제한 및 응급의료제공 거부권 인정 등의 법제화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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