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처방전 환자에 직접전달 하지 않은 의사 면허정지 적법”

- “제 3자에 처방전을 발급하면 치료 외의 다른 목적으로 의약품 사용할 위험성 있어”
- 환자의 약국 선택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환자에게 의사가 직접 전달해야

처방전을 환자 본인에게 직접 발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면허정지 처분한 행정처분에 대하여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이 법원에서 나왔다. 환자의 개인 정보가 노출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 소재의 ‘C 산부인과’에서 근무하였던 의사 A씨에 대하여 보건복지부는 2021년 10월 1일 “A씨가 2018년 3월 1일 C 산부인과에서 산모 D씨의 신생아에 대한 처방전을 출력해 조리원 직원이자 RN 간호사 자격증이 있는 조리원 감염책임자인 E 실장에게 발급함으로써 의료법 제18조를 위반해 처방전을 환자에게 직접 발급하지 않았다”는 사유로 의료법 제66조 1항, 제1항 제10호, 제18조, 구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에 근거하여 15일의 의사면허자격 정치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러한 복지부의 처분에 불복하고 행정 소송을 제기하였다. A씨 측은 처방전을 환아의 보오자인 산모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A씨가 의료법 제18조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의료법 제18조 제1항은 ‘의사나 치과의사는 환자에게 의약품을 투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약사법‘에 따라 자신이 직접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서 처방전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내주거나 발송(전자 처방전만 해당)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의사가 처방전을 발급해야 할 대상은 환자 본인임이 원칙이다.

재판부(서울행정법원 제12부, 판사 정용석)는 “원고는 2018년 3월 1일 이 사건 의원 인근의 조리원에서 산모 D씨의 신생아를 진단한 이후 이 사건 의원으로 와 이 사건 처방전을 작성하고 조리원 직원인 E씨에게 이를 내주었으며, E씨는 약국에서 이 사건 처방전에 따른 의약품을 구매하여 D씨에게 전달한 사실이 인정된다”라며 “원고는 환자가 아닌 제3자에게 처방전을 발급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의료법 제18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A씨 측은 보건복지부의 재량권 일탈 및 남용도 주장했다. A씨 측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3월 1일이 휴일임에도 보호자 측의 요청에 따라 신생아를 직접 진단한 이후 적당한 처방을 하였고, 그 처방 내용을 산모에게 이미 설명하여 그 보호자가 이를 알고 있었다.

A씨 측은 “처방전은 의사가 아닌 병원의 담당 직원이 환자 내지 그 법정대리인에게 건네주는 것이 통상적인데, 당시에는 RS 바이러스(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의 감염우려가 있어 신생아뿐만 아니라 산모 역시 격리되어 외부 출입이 통제되었고, 산모가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을 방문하기 어렵고 인근 약국이 문을 닫아 상당히 멀리 약을 사러 가야 할 상황이어서 E씨는 산모를 배려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처방전을 가지고 약을 지어왔으므로 이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료법에서 처방전을 환자에게 직접 전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환자의 권리보호와 약국과의 유착관계 방지 등에 그 입법 취지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건에서 이러한 입법 취지가 훼손되는 부분이 없고 오히려 환자와 산모를 배려한 담당 직원의 과잉 친절에서 야기된 문제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역시 A씨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재판부는 “처방전 발급을 환자로 국한한 것은, 의약분업 제도의 실시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함과 동시에 환자의 약국 선택권을 보장하고, 의사가 환자가 아닌 제3자에게 처방전을 발급하는 경우에는 처방전이 환자에게 전달되지 않거나 처방전이 환자의 치료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악용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고, 건강상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투약이 가능성이 발생할 위험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처방전에는 개인의 성명 및 주민등록번호뿐만 아니라 질병분류기호, 처방 의약품의 명칭 등 건강에 관한 정보로써 개인정보보호법상 민감정보(같은 법 제23조 제1항)에 해당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으므로 환자가 아닌 자에게 함부로 처방전이 전달되지 않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점에서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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