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 정부 때 환자부담 의료비 줄이기 위해 건보 적용 범위 넓혀... 수입 줄어든 병원들 ‘비급여’ 치료 늘려
- 비급여 신설 제한 대책도 유명무실... 환자부담 의료비 3년새 23% 증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문재인 케어)가 시행된 이후 환자들이 부담하는 의료비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케어 수립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조차 건강보험 적용 확대가 비급여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풍선효과’를 막을 후속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2017년 8월 9일, 문재인 전 대통령은 “미용, 성형 등의 목적을 제외하고는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건강보험료가 다소 오르더라도 국민이 내는 비급여 의료비를 줄여 전체 의료비를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의 정책이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비급여 의료비를 64% 감축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설정했다. 이 목표에 따르면 2016년 13조 5,000억 원이던 비급여 규모는 연간 4조 8,000억 원 규모까지 줄었어야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비급여 의료의 건수와 비용 모두 늘어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비급여 진료비는 2016년 이후 3년 연속으로 늘어나 2019년 16조 6,000억원에 이른 것을 나타났다. 2016년 대비 64% 감축은 커녕 오히려 3조 원이 늘어난 셈이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전국민의 의료이용이 적어진 2020년에도 비급여 의료비는 15억 6,000억 원에 달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건강보험료가 오르는 상황 속에서 의료비마저 더 지출되고 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건보공단에게 받은 자료에 따르면 비급여 시술 등의 종류도 2017년 6월 3,498건에서 지난해 6월 3,705건으로 많아졌다.
동네 의원들은 문재인 케어 이후 새로운 비급여 종류를 만들지 못하면 손해를 보는 형편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똑같은 검사라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순간 통상적으로 종전의 반값만 받아야 한다. 실제 부산의 한 비뇨기과의원에서는 초음파 검사를 실시할 때 방광, 콩팥의 건강보험 적용이 실시되자 환자들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요도 검사를 추가해 전체 검사비를 80만 원에 맞추고 있다.
당초 정부가 이런 현상을 예측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이런 현상을 대비하여 대책도 예고했었는데, 그중 하나가 ‘신포괄수가제’였다. 신포괄수가제란 예컨대 ‘폐암 치료엔 1,000만 원’ 등으로 가격을 특정해 어떤 병원에서 어떤 검사를 하든 그 돈만 지불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불필요한 비급여를 차단하는 효과는 있지만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큰 이득이 없어 참여하는 기관이 저조했다. 2011년 시범 도입 때도 의료기관이 강하게 반발했다. 올 6월 기준으로 신포괄수가제를 적용하고 있는 병원은 전국 98곳으로 전체(7만 1,231곳)의 0.1%에 그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문재인 케어의 정책 자문을 맡았던 오주환 서울대 의대 의학과 교수는 “건강보험 혜택을 늘리는 걸로 끝내는 게 아니라 필수 의료에 대한 보상을 높이는 조치가 이어졌어야 했다”고 말했다. 건보 강화와 함께 의료진이 국민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의료만 충실히 해도 먹고살 수 있는 길을 열어줬어야 했는데, 이런 조치가 미흡했다는 얘기다.
최근 정부는 ‘필수의료 확충을 위한 건보 재정개혁 추진단’을 구성하고 문재인 케어 손보기에 나섰다. 강준 복지부 의료보장관리과장은 “건강보험 보장 범위를 조정하면서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을 정상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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