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플랫폼에 비급여 진료비 정부 게재? 환자 유인 행위 허용” 우려

- 정부 ‘경제규제혁신 방안’에 민간위원 발굴과제로 포함
- 의협 “환자 유인 행위 적극 나설 여지를 만드는 하책” 비판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에 비급여 진료비를 게재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히자 의료계에선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를 사실상 허용하는 조치로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추경호 경재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 규제혁신 TF’ 회의를 열고 ‘제2차 경제 규제 혁신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보건의료분야의 규제혁신 과제로 민간위원이 제안한 온라인 플랫폼 비급여 진료비 정보 게재 방안이 포함됐다. 의료광고 금지 조항인 의료법 제56조와 비급여 진료비 고지 관련 의료법 시행규칙 제42조의2에 대한 유권해석을 통해 원하는 의료기관은 온라인 플랫폼에 비급여 진료비 정보를 게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의료기관과 소비자들의 소통을 더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의료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4분기 안에 의료법령 유권해석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회는 강하게 반발했다. 의협은 7일 “보건의료 전문가단체 의견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려는 경제규제 혁신 방안에 강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의협은 의료기관이 ‘강남언니’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성형 등 비급여 진료비 정보를 게재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은 환자 유인 행위를 장려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도 온라인 플랫폼들은 명확한 정의와 기준이 미비한 상태에서 의료기관에 대한 객관적 정보 제공과 광고 구분 없이 환자 유치 통로로 작동하고 있다”며 “정부의 유권해석은 온라인 플랫폼이 의료기관 선택을 위한 정화한 정보 제공이 아니라 가격 경쟁력을 토대로 하는 환자 유인 행위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여지를 마련해주는 하책”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나아가 “저렴한 진료비만을 유일 가치로 삼아 질 낮은 박리다매식 의료의 범람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적절한 질적 수준 유지와 건전한 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의료의 발전 방향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범람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문제점에 대한 진단과 개선은 이뤄지지 않은 채로, 성급히 규제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의료기관의 독립성과 직무 자율성을 훼손하는 조치“라며 “정부가 제공받은 의료기관에 대한 비급여 진료비용 정보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의 영리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활용되거나 플랫폼 사업자들이 의료광고 영역에서 지배적 위치를 바탕으로 민간 의료기관에 대해 일방적인 정보 제공을 강요할 가능성도 열어두는 포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향후 정부의 의료데이터 정책 추진과정에서 정보 주체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의사에 반해 개별 민간 사업자들의 이득을 위해 의료정보가 무분별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의료계의 우려를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건전한 의료데이터의 소통과 활용 가능성을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의협은 “정부의 온라인 플랫폼 비급여 가격 고지 유권해석을 강력히 규탄하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며 “이러한 방안이 의협과 그 어떤 소통과 협의 없이 논의됐음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