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MRI 촬영 중 사고로 환자 사망, 과실치사 인정”

- 강한 자기장 발생시키는 MRI기기 촬영 중 금속성 물체를 주변에 제거해야
- 당직 전문의, 방사선사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혐의 인정

법원이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영상의학과 방사선사가 부득이한 이유로 금속제 이동용 산소호흡기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더라도 자기장 범위 밖에 위치하게 하여 금속제 물건이 MRI에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는 업무상의 주의의무를 지키지 않아 MRI 촬영 중이던 피해자가 산소 용기에 머리를 맞아 사망하게 된 사건에 대하여 전문의와 방사선사에게 각각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경상남도 C 병원의 응급의학과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이며, B씨는 같은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영상의학과 소속 방사선사이다. A씨는 2021년 10월쯤 병원 당직근무 중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중환자실에 입원하고 있던 피해자 D씨(61세, 남)의 뇌출혈과 뇌경색이 의심되자 MRI 촬영을 지시해 B씨의 담당으로 피해자의 MRI 촬영을 하게 되었다.



MRI 촬영기기는 상시적으로 강한 자기장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자기력의 영향을 받는 금속성 물건이 순간적으로 MRI 기기 내부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MRI 촬영실 안에서는 금속성 물건을 두면 안 된다.

E 협회의 ‘영상의학과 MRI검사실 업무지침’에서는 “산소 공급 환자의 경우 이동용 산소 용기를 검사실에 못 들어가게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MRI 촬영실 출입문에도 상시 작용중인 강한 자기장으로 금속제 산소 용기나 휠체어, 침대 등이 MRI 기기에 빨려 들어갈 수 있어 금속성 물체의 반입을 금지한다는 취지의 경고나 그림이 잘 보이게 부착되어 있다.

따라서 MRI 촬영실 내부에서 환자를 진료하거나 MRI 촬영을 감독·담당하게 된 의료인은 금속제 물건이 MRI 촬영실 내부에 반입될 수 없도록 막고, 산소공급이 필요하더라도 금속제 이동용 산소 용기를 사용할 것이 아니라 벽면에 설치된 산소공급기나 금속제 물건이 포함되어 있지 아니한 산소공급기를 사용해야 하며, 부득이한 이유로 금속제 이동용 산소 용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더라도 산소 용기를 MRI 촬영실 밖 등 MRI기기의 자기장 범위 밖에 두고 충분한 길이의 호스로 환자에게 산소를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A씨는 피해자가 몸부림을 치며 MRI 촬영을 거부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검사 진행을 위해 위 병원 MRI 촬영실 내로 들어와 피해자에게 진정제를 투여했다. 이후 A씨는 MRI 촬영실 벽면에 설치되어있는 고정용 산소공급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공급호스가 짧다면 긴 호스로 연결할 수는 없는지 확인하지 아니한 채 금속제인 이동용 산소 용기를 가져오라고 간호사 등에게 지시했다.

법원(창원지방법원)은 “피고인 A씨가 그와 같은 이례적이고 위험한 지시를 하였다면 금속제 이동용 산소 용기가 MRI 촬영실 내부로 반입되는 것은 아닌지 주의를 기울여 확인하고 반입을 막았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아니하였고, 검사가 시작되면 피해자의 몸이 MRI기 내부로 들어가면서 산소를 공급하는 호스가 팽팽해져 금속제 이동용 산소 용기가 MRI기에 가깝게 위치하게 되면서 순간적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으므로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속제 이동용 산소 용기를 MRI 촬영실 밖에 두고 충분한 길이의 호스로 피해자에게 산소가 공급되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아니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B씨는 위와 같이 피해자의 MRI 촬영을 담당하게 되었으면 피고인 A씨가 금속제 이동용 산소 용기를 사용하기 전에 ‘영상의학과 MRI 검사실 업무지침’에 따라 MRI 촬영실 벽면에 설치되어 있는 고정용 산소공급기를 사용하도록 조언하고 공급호스가 짧다면 긴 호스로 연결할 수는 없는지 확인했어야 하나 그렇게 하지 아니하였고, 금속제 이동용 산소 용기가 MRI 촬영실 내부로 반입되는 것은 아닌지 주의를 기울여 확인하고 반입을 막았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아니했다”며 마찬가지로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결국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공동하여, 피해자가 MRI 촬영이 개시된 후 MRI기기 안으로 들어가면서 팽팽해진 산소호스에 끌려오다가 순간적으로 MRI기기 안으로 빨려 들어온 금속제 이동용 산소용이기에 머리를 맞아 충격 및 압착에 의한 다발성손상(머리 및 몸통부위 손상)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업무상 과실치사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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