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융모양막염 진단과 치료 소홀로 태아 사망, 병원 손해배상”

- 태아는 사망하고 산모는 만성신부전 피해... 1억 2000만 원 배상
- 의학지식 및 관련 통계에 따라 융모양막염 정황 충분했으나 예상하지 못해

16일 법원이 융모양막염 정황이 충분했으나, 이를 간과해 결국 태아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산모에게는 만성신부전증을 초래하는 피해를 준 병원에 대해 손해배상을 명령하는 판결을 했다.



A씨는 임신주 21주 5일이 되던 2016년 8월 26일 조기양막파수(Premature Rupture of Membrane, PROM)의 발생으로 개인 의원에서 간단한 진료 이후, D병원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다가 입원했는데 당일 실시된 양수의 바이러스배양검사 및 세균배양검사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D병원 의료진은 입원 당일부터 A씨에게 조기양막파수로 인한 감염 예방을 위한 조치로써 예방적 항생제로 알보핀(세푸록심나트륨), 후라질(메트로니다졸). 지로스맥스(아지트로마이신) 주사를 처방하고, 주기적으로 혈액검사를 실시함과 동시에 태아심음(태아심박동) 측정, 태아성장 및 태반조기박리 유무 등을 확인하는 조치를 취했었다.

9월 5일 실시한 혈액검사에서 A씨의 백혈구 수치가 1막 7200(정상범위 4000~10000)으로 측정되었고, 7일 오전에 실시한 백혈구 검사 역시 백혈구 수치가 높게 측정되자 D병원의 의료진들은 같은 날 오후 응급 제왕절개수술의 시행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식간 금식을 지시했다.

9월 8일 오전 0시 30분쯤 의료진은 자궁수축억제제인 유로파를 투약하면서 태아심음을 검사하였다. 태아 신음이 ‘170회/분’으로 높게 측정되고 30분 뒤 측정한 검사에서도 비슷한 수치를 기록하자 A씨에게 생리식염수를 정맥에 주사하였다. 오전 2시 15분쯤 태아심음이 ‘154/분‘으로 정상수치로 돌아왔지만 그로부터 3시간 뒤 A씨가 오한을 호소해 확인한 결과 오전 5시 35분쯤, 태아심음이 소실된 상태가 확인됐다. 의료진은 초음파 검사를 통해 태아가 사망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의료진은 오전 8시 30분쯤 사망한 태아를 안전하게 산모가 분만할 수 있도록 자궁수축제인 옥시토닌을 투여했고, 오전 10시쯤 A씨에게 항생제인 타조페란을 정맥 투여했으나 A씨가 흉부의 답답함을 호소해 이를 중단했다. A씨는 오후 2시쯤 사망한 태아를 분만했으며, 이후에 호흡곤란을 동반한 혈압 감소 등 패혈성 쇼크 증상이 발생했다.

A씨는 질 출혈로 인해 저혈량성 쇼크, 패혈성 쇼크 등이 원인이 되어 심장, 간, 췌장, 신장 등 다발성 장기기능부전이 발생했다. A씨 측은 태아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산모도 다발성 장기기능부전을 초래한 D병원에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의료진이 융모모양염에 대한 진단 및 치료가 지연되는 등의 진료상의 과실로 인해 태아가 사망했으며, A씨에게도 만성신부전 등의 질환을 초래했다. 또, 그 과정에서 A씨가 치료 방법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자기 결정에 의한 선택 기회 또는 A씨의 현 상태를 회피할 기회를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구체적으로, 조기양막파수 산모로서 특히 양수과소증으로 인해 융모양막염의 발생이 높았으나 D병원 의료진이 융모양막염을 확인하기 위한 양수천자와 같은 방법으로 검사하지 않았고 오히려 위험성이 높아지는 자궁수축억제제를 투여하는 등 경과를 관찰하고 진단하는 것에 소홀했다는 과실을 주장했다.

또 환자의 패혈증 의심 증상과 징후, 혈액검사 소견, 자궁 내 태아사망을 확인한 즉시 광범위한 항생제를 투여했어야 하지만, 이를 즉시 투여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이어 A씨 측은 융모양막염과 태아사망의 경우, 패혈증이 발생할 우려가 높기에 즉각 분만을 시행했어야 했지만 의료진은 자궁 내 태아사망을 확인한 지 2시간 30분이 흐르고 난 뒤에야 유도분만을 시행했으며, 응급제왕절개술을 통해 산모의 안전을 도모했어야 함에도 유도분만을 지속하여 자궁 내 태아사망이 확인된 지 8시간이 경과한 뒤에 사망한 태아가 분만되어 A씨에게 융모양막염에 대한 패혈성 쇼크, 다발성 장기부전, 신부전 등 합병증을 초래하게 되는 등의 분만 과정의 과실을 덧붙여 주장했다.



서울동부지법 제13민사부 1심 재판부는 A씨 측의 주장한 융모양막염 진단을 소홀히 한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했다. 융모양막염의 증상 및 징후는 다른 이유로 설명이 되지 않는 발열, 백혈구 수 증가, 임산부나 태아의 빈맥, 악취가 나는 질분비물, 자궁의 압통 등이다. 융모양막염의 진단이 내려지면 산모의 패혈증 방지를 위해 즉각적인 분만과 광범위한 항생제의 투여가 필요하다.

재판부는 “2016년 9월 7일 실시한 혈액검사 결과 A씨의 백혈구 수치가 정상범위를 모두 벗어난 점, 의료진이 A씨의 상태가 악화될 경우 응급제왕절개수술을 시행할 것에 대비해 환자에게 식간 금식을 지시한 점 등에 비춰 볼 때, 의료진은 조기양막파수로 인한 융모양막염의 발병 가능성에 대해 의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은 9월 8일 태아심음이 상승하자 새벽 1시쯤 생리식염수를 투여한 이후 오전 6시쯤 자궁 내 태아사망을 확인하고 그 무렵 융모양막염을 진단하기까지 사이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항생제 투여 지연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의료진이 양수 파막에 따른 감염 가능성을 고려해 예방적 항생제를 사용하고, A씨의 활력 징후 및 태아 상태를 주기적으로 평가했으며, 자궁 내 감염이 의심된 이후에도 항생제 투여를 진행한 사실이 인정됐다.

또 분만시기 지연 및 제왕절개술을 실시하지 아니한 과실도 인정되지 않았다. 융모양막염이 진단될 경우 융모양막염으로 인한 염증의 원인을 제거하여 산모의 패혈증을 예방하기 위해 즉각적인 분만이 필요하나, ‘즉각적인 분만’이란 지금까지 임신 유지를 위해 진행했던 치료를 모두 중단하고 자연분만 혹은 제왕절개를 통해 임신을 종결한다는 것이지 제왕절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자궁 내 태아사망이 확인됐을 당시 A씨에게 패혈증이 발생했다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볼 만한 정황을 찾기는 어려우므로, 의료진이 반드시 즉각적인 제왕절개술을 실시했어야 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D병원 측이 A씨에게 1억 2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D병원 측은 원심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A씨에게 나타났던 증상만으로는 융모양막염이나 자궁 내 태어사망을 진단하거나 예측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또 A씨의 신기능 손상은 조기양막파수로 인한 것이므로, 설령 의료진이 융모양막염 진단을 지연한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 과실과 A씨의 신기능 손상으로 인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2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D병원 측의 새로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여러) 의학지식 및 임신 21주 5일째에 조기양막파수를 이유로 D병원에 입원한 A씨와 같이 임신 23주 전에 조기양막파수가 있는 환자 중 약 30~40%에서 융모양막염이 발생한다는 통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D병원 의료진으로서는 비록 분만 전에 융모양막염을 확진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더라도, 조기양막파수가 있는 A씨에 대해 발열뿐 아니라, 혈액 내 백혈구수의 증가, 임산부와 태아의 빈맥 등의 증상을 확인해 주의 깊게 A씨의 상태를 모니터링할 의무가 있었다”고 지적하며 피고 측 주장을 배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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