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병수당 시범사업, 재설계 필요, 사회안전망 기능 수행하기 부족”

- 지급액 최저임금의 60% 수준... 국제 기준 66.7% 위로 올려야
- 유급병가 법제화 통한 연계 필요 “대기기간 동안 유급병가 활용할 수 있도록”
- 정부, “시범기간 동안 의료인증체계 정비 등 제도를 가다듬겠다”

현재 시범사업중인 상병수당제도가 사회안전망으로서 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선 지급급여 증액과 유급병가 도입 등 제도 전반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아프면 쉴 권리 제도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상병수당 시범사업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 보건복지부 상병수당 시범사업 공고     출처 : 보건복지부

노동자들은 상병수당 시범사업에서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일 지급 금액을 증액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상병수당 시범사업에서는 일 지급 금액으로 2022년 최저 임금의 60%인 4만 3,960원을 책정한 상태이다. 하지만 질병으로 인한 손실을 보상받고 치료비를 지원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한국노총 정책2본부 김윤정 선심차장은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상병수당 시범사업은 일일 4만 3,960원을 지급하는데, 이는 사회안전망 기능 임무를 수행하기는 어려울 정도의 낮은 금액”이라며 “상병수당의 목적이 업무 외 질병으로 인한 손실을 보상하고, 치료 후 업무 복귀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볼 때, 목적과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이정훈 정책국장도 “실업급여의 소득대체율이 60%이고, 업무상의 재해로 인정받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산재 휴업 급여가 70%인 점을 고려했을 때, 국제노동기구(ILO)의 상병 급여 권고 기준인 66.7% 이상의 급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앞선 김 차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입원 여부나 외래 이용과 상관없이 근로활동이 불가능한 모든 경우에 상병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현재 상병수당 시범사업은 입원 여부와 상관없이 근로가 어려운 기간에 대하여 상병수당을 지급하는 ‘근로불가유형 모형’과 입원과 외래 일수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는 ‘의료 이용일수 모형’으로 분류해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입원과 외래로 상병수당 지급기준을 설정한 것은 근로활동 중단에 따른 소득 보전이라는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김흥수 사회공공성위원장은 “상병수당에서 보장하는 범위는 기본적으로 상병으로 일할 수 없는 경우이며, 질병 범위나 입원 여부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며 “이는 상병제도의 질병 범위나 보장 기간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다만 ‘일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마련하고, 민간의료기관의 의료 남용의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일차적으로 의료기관에서 진단서를 작성한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근로활동기간이나 급여지급일수의 적정성을 최종 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유급병가의 제도화를 통해 노동자가 상병수당 대기기간 동안 생계를 이유로 질병 상황에서도 나와서 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 차장은 “상병수당 시범사업은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장기간의 대기기간을 설정했지만, 유급병가 제도를 연동해 노동자의 부담을 덜어내는 조치가 논의되지 않았다”며 “법정 병가제도 마련을 위한 근거법을 마련하고, 상병수당과 연계해 3~10일 정도의 대기기간 동안 유급병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시범사업의 기간을 단축해 상병수당의 제도화를 앞당겨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시범사업 기간 단축 및 제도화를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정부는 의료 인증체계를 정비하고 적용 대상 범위를 확장하는 등 상병수당제도를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시범사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 이준미 상병수당제도팀장은 “시범사업이 왜 필요한지 이해해달라”며 “예를 들어 대리운전기사가 상병수당을 신청할 때 본인의 소득과 근로활동 불가 기간 동안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빙해야 하는데, 사업주와의 관계, 서류 발급 등 어려운 부분이 있다. 시범사업은 이를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제도를 가다듬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제도에서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는 제도의 남용을 막기 위해 의료기관에서 진단서를 발급하면 바로 공단으로 전송돼 전문가 자문을 통해 확인하는 방식의 의료인증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며 “시범사업을 통해 이를 정비하겠다”고 했다.

이어 “상병수당을 받기 전 대기기간이 길다는 지적도 있는데, 유급병가가 법제화되지 않았기에 고민이 많았던 부분”이라며 “대기기간을 짧게 지정하면, 상병수당이 있으니 유급병가를 제도화하지 말자는 의견이 나올 수 있어 조심스럽다. 시범사업을 통해 대기기간에 대한 평가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