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의료사고 피해자에게 의료기관 대신 우선 지급한 손해배상 61억 원 중 가해 의료기관으로부터 돌려받은 금액은 4억 8000만 원에 불과해 회수율이 8%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한정애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의료중재원의 국정감사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의료중재원이 설립된 2012년부터 의료사고 피해자가 청구한 손해배상 총 103건에 대하여 61억 원이 우선 지급됐지만, 가해 의료기관으로부터 회수된 금액은 4억 8000만 원으로 회수율이 8%에 그쳤다. 특히 병원급 대불금 지급액인 23억 5000만 원(15건)에 대한 구상 금액은 고작 270만 원 수준이었다.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는 의료사고 피해자가 손해배상금이 확정됐는데도 손해배상 의무자(가해 의료기관)로부터 배상금을 받지 못할 경우, 의료중재원이 대신 우선 지급하고 추후 의무자에게 구상 받는 제도이다. 이는 의료사고 피해자들의 신속한 구제를 도모하기 위해 도입됐다. 대불금 상환은 일시납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손해배상 의무자의 경제적인 사정을 고려해서 최대 5년 범위의 분할납부가 가능하다.

그러나 구상진행 현황을 살펴보면 상환 및 변제를 완료한 의료기관은 단 8곳에 그쳤다. 그 외에는 분할 상환 69건, 회생 및 파산 11건, 폐업 10건, 사망 5건으로 확인됐다. 그뿐만 아니라 분할납부를 신청하고도 납부 시작조차 하지 않은 의료기관도 신청 전체 69곳 중 63곳(91%)으로 미수금은 10억 4800만 원에 달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현행법상 대불금 지급 후 상환을 강제할 물적·인적 담보 설정이 불가능하며, 구상금 채권은 통상의 민사채권에 불과해 일반 민사절차를 따를 수밖에 없다. 또한 우선변제권도 인정되지 않아 조세 채권 등 우선 채권과의 관계에서 경매나 채권배당 시 실제 배당받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2018년 12월 ‘의료분쟁조정법’ 제48조 개정으로 대불금 회수를 위해 관계기관 등의 자료 제공 근거를 마련했지만, 상환 의무자의 책임재산이 부족하면 구상률 제고에는 한계가 있다.

한 의원은 “대불금 납입이 지체되면 대불제도의 재원이 고갈되고 향후 의료사고 피해자는 신속한 배상을 받을 수 없다”며 “특히 분할납부를 신청했으나 개시조차 하지 않고 있는 의료기관이 91%에 달하는 만큼,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