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진료를 통해 작성한 판독소건셔도 진료기록부에 포함되기 때문에 의사 서명이 없으면 의료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지난 22일 대법원은 의료법 위반 행위로 기소된 영상의학과 전문의 A씨에게 벌금형에 선고했던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서울시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 A씨는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던 판독의 B씨가 공중보건의로 복무하게 되자 원격으로 판독 업무를 계속 맡아주면 일정 금액을 지불하겠다고 제안하고, 이를 수락한 B씨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약 1년 3개월간 포항시에 있는 주거지에서 A씨 명의로 영상의학자료 판독프로그램에 접속해 판독 소건 1,062건을 처리하고 그 대라고 1,200만 원을 A씨로부터 수령했다.

검찰은 이들이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했으며, 소견서에 전자서명도 제대로 않는 등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의 기소사실을 받아드려 혐의를 인정하고, A씨와 B씨에게 각각 벌금 1,200만 원과 500만 원을 부과했다.

A씨와 B씨는 재판에서 소견서가 의료법이 규정하는 진료기록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사람이 공모해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해 그 죄가 무겁다는 판단이다.

1심 재판부는 “실제로는 의사 B씨가 판독한 소견서에 판독의 명을 A씨라고 표시하여 환자나 다른 의료관련 종사자가 판독에 대해 문의하거나 추가 정보를 얻고자 하는 것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또한 실제 판독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후 열린 항소심은 판독서 미서명만 유죄로 보고 A씨와 B씨에게 각각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진료기록부 거짓 작성은 무죄 판결했다. 재판부는 다른 의료기관 의뢰로 판독하고 의학적 소견을 기재한 문서 역시 진료기록부에 해당하는 만큼 의료법에 따라 이를 작성한 의사가 서명을 기재해야 한다고 봤다. 따라서 원격으로 판독 업무를 수행한 의사 B씨가 진료기록부인 소견서에 서명했어야 한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의료법이 진료기록부 등을 전자의무기록으로 대체할 수 있게 하고 전자서명법을 준용하도록 한 것은 그 문서의 형태를 종이에서 전자적 형태로 확장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또한 의료행위를 한 의사는 그 사항과 의견을 기록하고 자신이 작성한 진료기록부 등에 서명해야 할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종이로 기록한 문서나 전자문서 등 기록 방식을 불문하고 의사가 다른 의료기관이 촬영한 특수영상을 의뢰받아 판독하고 환자의 상태와 병증 등을 기재하는 방식으로 작성한 문서 역시 진료기록부에 해당한다"면서 "따라서 영상을 분석하고 의학적 소견을 기재한 의사 B씨는 본인이 작성한 판독소견서에 공인전자서명을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이에 불복해 A씨가 다시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격진료로 작성한 판독소견서도 진료기록부에 포함한다고 보고 판독소견서 미서명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에 법리상 오해가 없다"며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리 판독을 진행한 의사 B씨는 항소심 판결 후 상고를 취하해 2심에서 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