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노조, 중소 병·의원 노동환경 실태조사 발표
- 부당 대우 경험 44%, 연평균 10일 가까이 아파도 참고 출근
중소 병·의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등 의료종사자 10명 중 4명이 면허·자격 외 업무 지시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8일 국회 제 2소회의실에서 ‘중소 병·의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8월 25일부터 9월 7일까지 300인 미만 중소 병·의숸에서 근무하는 물리치료사·방사선사·임상병리사·직업치료사·치과위생사 5,044명을 대상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이들 중 무려 39%는 면허·자격 이외에 부당 업무 지시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부당대우·불이익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44.4%에 달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 인력 감축·구조조정을 당했다는 응답자도 20.4%였다.
치과위생사 A씨는 “병원장의 방 청소는 물론 밥, 설거지, 딸 선물 포장 등 개인적인 업무 지시를 하고 있다”며 “면접 시 고지해줬던 월급과 출근 근로계약서상 월급이 다르며, 본 병원 소속이 아닌 용역 소속임을 출근 후 안내해줬다”고 말했다.
게다가 ‘아프면 쉴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도 출근하는 날이 연평균 9.7일로 조사됐다. 병가제도를 시행하는 사업장은 55.5%였으며, 유급병가를 주는 곳이 19.0%, 무급 병가는 36.5%였다. 또한 응답자 중 50.6%가 업무로 인해 아픈 경험(업무상 질환)이 있었으며 34.4%가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소득 감소 등 어려움이 있었다고 답했다.
성별과 지역, 사업장의 규모별로 임금의 격차도 있었다. 보건의료노조가 근속연수 1~3년 미만 노동자를 대상으로 고용 형태, 성별, 지역을 비교한 결과,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여성 정규직 물리치료사는 평균 267.3만원의 임금을 받는 반면 남성 정규직 물리치료사는 361.5만원을 받고 있었다. 기간제 여성 물리치료사는 258.3만원을 받았으며, 동일 조건의 남성 물리치료사의 임금은 312.5만원이었다. 이런 현상은 5개 직종 전반에 걸쳐 나타났다.
임금 체불 및 감액 적용 경험을 물었을 때, 응답자 중 14.4%가 임금 지연 지급 경험이 있었으며, 임금이 체불된 경우는 3.0%였다. 또한 수습기간 임금 감액을 적용 받았다는 응답자가 22.9%였으며,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 인상되는 호봉제가 있는 곳은 46.0%였다.
이직을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도 낮은 임금이었다. 응답자의 44.6%가 향후 1년 이내 이직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이직 사유로 50.6%가 낮은 임금을 꼽았다. 이어 업무량과 노동강도가 10.0%, 직장 내 낮은 발전 가능성이 8.1%, 기타 6.6%, 직장 분위기 6.1%, 열악한 근무 환경 5.7% 순이었다.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조항 적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육아휴직을 1년을 보장하는 비율이 64.4%였으며, 배우자 출산에 의한 유급휴가를 지급하는 비율은 41.3%였다.
또 불임·난임에 대한 유급휴가 제공은 29.5%, 육아기 근로시간 보장 사업장은 29.4%인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기준법 에 따른 태아검진 유급휴가를 보장하는 사업장은 32.5%였으며 수유시간 보장 사업장은 19.3%, 생리휴가 16.3%, 임신기 근로시간 보장 37.1%였다.
물리치료사 B씨는 “결혼한 지 2년 차에 아이 계획이 있으나, 임신하면 그만둬야 한다고 해 계속 2세 계획을 미루는 중”이라며 “나이 더 먹고 임신하면 임신이 잘 될까 불안하지만 현실적으로 직장을 그만 두면 살기 힘들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의료종사자들은 가장 필요한 지원 대책으로는 유급휴가 지원 사업을 꼽았다. '정부 및 노사정 지원 대책 필요도'를 1~5점 척도로 물어본 결과, 노동자 유급휴가 지원 사업이 5.41점이었으며, 노동자 교육훈련 및 자기개발지원 사업이 4.42점, 성평등 지원 및 일과 삶의 균형이 4.37점, 저임금 노동자 휴가비 지원 사업 4.37점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임금 및 노동조건 개선 정책 추진 필요도'를 1~5점 척도로 물었을 때, 노동기본권 보장과 사회적 약속 이행이 4.64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법률에서 보장하는 노동조건에 대한 정부·국회의 감시 및 개선 활동이 4.58점,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상승 제도 4.55점, 보편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정부 종합 계획과 노사정 협력 모델 추진이 4.51점, 동일 직종 기본급 표준화 4.49점, 병원의 표준 노동조건 기준 수립 4.45점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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