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라 서울시의사회 부회장 “ 필수의료 살리기 위해선 필수의료 의료진들에 대한 사회적인 예우 개선”
- “심층진찰료·의대 증원·합의 비급여 등 필수의료 의사들을 위한 제도 개선 필요
몇주 전 서울 소재의 병원에서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이 발생했다. 해당 병원은 ‘빅5 병원’이라고 불리는 대형병원이었음에도 그 병원에서 수술받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그 과정에서 골든타임을 놓쳐 끝내 사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하여 “나와 가족도 비슷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필수의료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국회에서 필수의료와 관련하여 논의가 진행된 적이 있다. 지난 2017년 10월과 2018년 4월 ‘외과계의 몰락’이라는 주제로 정책 토론회가 있었다. 그러나 실질적인 대안보다는 임기응변적이고 주변부만을 건드리는 대책뿐이었다. 결국 몇 년이 흘렀지만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 모집은 매달 미달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해결되지 않은 이유는 명확하다.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들의 미래는 비필수의료 분야에 비해 경제적으로, 육체적으로, 시간적으로 심각하게 열악하기 때문이다. 명확하게 법령으로 구분하고 있지만, 의사들 사이에서는 통상적으로 내외산소 즉,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를 사람이 생존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고 필요한 의료분야인 ‘필수의료’ 과목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젊은 전공의 모집 결과를 보면 내과는 가까스로 100%를 채웠지만, 나머지 과들은 60%대로 모두 미달이었다. 문제의 시작은 건강보험의 모태인 의료보험이 탄생할 때 국민과 의사들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저부담 저보장 보험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시작된다.
당시 의사의 의료기술료 대가를 비현실적으로 지나치게 평가절하한 점이 반세기가 넘은 지금까지 두고두고 큰 문제가 됐다. 그 결과, 진료 행위를 통해 수익을 보전하던 내과계열의 의사들이 고통받았다.
하지만 그보다는 수술이나 의료행위를 많이 하는 외과계열 의사들이 더 많은 고통을 받게 되었다. 이런 문제를 오랜기간 방치하는 바람에 외과계열 의사들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되었다.
2020년 3차 상대가치 개편을 위해 연구된 자료를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상대가치점수에 의한 의료행위 총계는 19조 1700억 원이며, 이 중 의사 업무량은 전체 20%인 4조원이다. 4조원 중에서 의과 공동 규모는 6600억 원이며, 전문과별로는 마취통증의학과 5200억 원, 내과 4900억 원, 안과 2900억 원, 산부인과 1077억 원, 정신건강의학과 977억 원, 외과 932억 원, 흉부외과 238억 원 등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분석하자면, 의사가 수술이나 처지와 같은 의료 행위를 통해 가져갈 수 있는 금액이 적다. 결국 수술을 하는 진료과는 경영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개별 진료과를 예로 들자면, 외과의사는 현재 약 6000여 명이다. 연간 맹장수술은 1만 3000여 건 정도 실시하는데, 맹장 수술의 경우 실제 의사 업무량에 의한 비용은 7만 5,003원(2020년 기준)이다. 맹장수술을 통해 의사가 얻는 경제적인 이익은 연간 10억 원이 되지 않으며, 이 금액을 6000여 명이서 나눠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세라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2022년 초 강남구 의료기관을 조사했다. 강남구에는 2월 23일 기준 1802개 의원이 있지만 이중 약 70%에 해당하는 의원이 미용이나 성형과 관련된 진료를 하고 있다”며 “반면 우리의 일상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어 필수의료라고 부르는 내과의원은 101개, 외과는 34개였고, 이중 18곳만 미용성형과 관련이 적은 진료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산부인과의 경우 더욱 심각했는데, 51곳이 있지만 분만을 하는 의원은 4개소에 불과했다. 아동청소년과도 34개소 뿐이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필수의료 분야의 수익성이 절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지방의 의료기관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필수의료를 전공하는 대학병원 교수들이 연일 당직을 하면서 환자를 지키고 있음에도 지역주민들은 수도권 병원으로 몰려가는 악순환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2020년 통계를 보면 한국은 외래 이용 횟수가 1위, 입원 일수는 일본에 이은 2위다. 코로나19 와중에 상기도 질환 진료를 많이 한 소와청소년과와 이비인후과는 개인위생이 강화되자 환자가 급감해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지만 사망률의 증가는 없었다. 외래 이용 환자들의 대부분이 중증질환이 아니라 경증질환이었다는 의미다.
이에 이 부회장은 “경증질환자는 의료 이용을 자제하도록 하고 의료 이용이 어려워질 저소득층은 공공의료기관 이용을 유도해야 한다”며 “의료전달체계를 강화하면 지역 의료기관과 1차 의료기관 이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이 부회장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의료체계의 개혁이 불가피하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필수의료 의료진들에 대한 사회적인 예우”라며 “이를 위해 일부 재정투입은 필수적이다. 의사들이 해야 할 일은 약물 처방에만 집중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심층진찰료 같은 제도와 의사 1인당 하루 진료 환자 수를 제한하고, 사라진 일당 처방료를 재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의대 정원도 일부 증원해야 한다”면서 “건강보험 기준이나 의료법 기준을 넘어서는 특별한 진료에 대해 의사가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가 동의하면 건강보험 기준에서 벗어나는 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합의 비급여’ 진료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문제점도 지적했다. “상대가치점수 제도는 필수의료 분야 쇠락을 가져왔다. 상대가치점수에서 의사 행위료를 제외하거나 대폭 상향해야 한다”며 “만약 그게 안된다면 수술이나 진료행위에 대한 별도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이렇게 전반적인 변화를 줘야 건강보험료 인상을 최소화하면서 필수의료 지원을 늘릴 수 있다. 필수의료 살리기는 건강보험제도 정상화다”며 이를 위해서는 추가 재원이 필요하고 덧붙였다.
그러나 “보험료 증액 및 국고 지원 등은 국회 및 시민단체 등 관련 구성원들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쉽지 않다. 정책 당국자들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정책에 대한 책임 부담으로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끝으로 이 부회장은 “반세기가 넘도록 의료를 왜곡하고 정부와 의사, 의사와 보험사의 갈등을 키워왔다. 정책 당국자들과 국회는 해묵은 비정상을 끝낼 전향적 개혁 조치가 수반돼야 필수의료 살리기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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